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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장 쓸데없는 사람

곧 고선호의 입술이 하얀 그녀의 목에 내려앉았고 그의 손도 가만 있지 못했다. 나유아는 그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앞의 고선호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왜 하얀색 슈트 입고 온 거야?" 하지만 고선호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며 대답하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나유아가 깨어났을 때, 고선호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그녀가 씻고 나오니 거실에서 파를 다듬고 있던 나은희가 나유아에게 말했다. "선호는 아침 일찍 나갔어, 아침도 안 먹고 가던데 네가 선호 화 나게 한 거냐?" "아니요, 오늘 선호 할아버지랑 할머니 보러 갈 거니까 제 점심은 준비 안 하셔도 돼요." 나유아가 그렇게 말하며 주방으로 갔다. 나은희는 아침을 들고 주방을 나서는 나유아를 보곤 다시 말했다. "내가 만두 좀 빚었어, 냉동 제일 아래층에 놓을 테니까 밥 하기 싫을 때 먹어." "왜요? 집에 가시려고요?" 나유아가 식탁 앞에 앉아 나은희를 보며 물었다. "응, 여기 너무 답답해.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야 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 "시간 좀 지나면 새집 살 생각이에요, 그러면 마당도 생길 거고 거기에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거 심으면서 지내도 되잖아요." 나유아가 다급하게 나은희에게 말했다. "새집은 무슨, 나는 농촌 사람이라 도시랑은 안 맞아." "할머니, 정말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거면 이거 하나만 꼭 약속하세요. 제가 할머니 병 고쳐드릴 돈 드릴 테니까 그 돈 절대 아끼시면 안 돼요." "그 돈 아낀 적 없다..." "정말 제때 치료받으셨으면 눈이 안 보이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저번에도 의사가 말했잖아요. 정말 계속 이러다간 아무것도 안 보이게 될 거라고." 나유아는 이제 더 이상 나은희를 속이지 않기로 했다. 그 말을 들은 나은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침 햇살이 나유아 몸 위로 쏟아져 그녀를 부드러워 보이게 만들었다. "할머니께서 허락하시면 돌려보내 드릴게요, 할머니 눈 정말 안 보이면 저도 내려가서 할머니 돌봐드릴 수밖에 없어요." "무슨 소리하는 거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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