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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주은우는 가방에서 대학 입시 지원서를 꺼내 하영에게 건넸다. 하영은 지원서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은우야, 너 강성대 진짜 가고 싶어?” 주광욱은 불쾌한 듯 말했다. “왜 그래, 우리 아들이 강성대학교에 갈 자격이 없어?” “그런 뜻이 아니라...” “학교를 몇 개 더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야!” “왜, 학교 하나만 선택했어?” 주광욱은 지원서를 빼앗아 한 번 보더니 갑자기 몸이 굳어졌다. 헉! 강성대학교만 지원했다. 결국 강성대학이 아니면 안 간다는 건가? 격려도 해야 하지만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그는 주은우가 강성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은우는 밥을 삼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빠, 아빠도 절 안 믿어요?” 주광욱은 심호흡을 한 뒤 지원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다시 생각해 볼래?” 주은우는 입꼬리를 몇 번 실룩거렸다. 방금까지 굳게 자신을 지지하더니. 참 가식적이다! 주은우는 자신이 아플 때 아빠가 기침을 자주 하고 가끔 호흡곤란까지 겪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는 아버지의 폐에 문제가 생겼다고 의심했다. 자신이 거의 죽을 때에야 아버지는 담배를 끊겠다고 약속했다. “아빠, 내가 강성대 가면 담배 끊어요!” ‘담배?’ 주광욱은 자신이 주은우에게 자전거를 사주기 위해 담배를 끊었던 그 3개월을 생각하며 몸서리를 쳤다. “다른 걸 걸어...” 주은우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이것도 못 걸어요? 뭘 걸 수 있는데요?” 주광욱이 갑자기 화를 냈다. “걸면 될 거 아니야. 네가 강성대학교에 합격한다면 담배는 물론이고 술도 같이 끊을 거야!” 주은우의 입가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에 주광욱이 잘라 말했다. "너 그 득의양양한 꼴 좀 봐, 정말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영은 주광욱의 팔뚝을 세게 꼬집었다. “아들이 꼭 붙을 거라고 큰소리치더니 왜 그래?” 주광욱은 팔을 비비며 베란다로 돌아서서 담배를 피웠다. 주은우는 배불리 먹고 방에 가서 복습했다. 수학, 물리, 화학과 영어는 그가 가장 못 하는 학과목이다. 그러니 반드시 이 몇 과목을 중점적으로 힘써야 한다. 그 후로 3일 동안, 주은우는 침식을 잊을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수업시간마다 강의도 열심히 들었다. 손을 들어 발언하지 않던 그는 선생님의 질문에 앞다퉈 손을 들어 답했다. 그리고 매번 거침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이날 최옥화는 주은우가 맨 처음 도시아에게 물어본 수학 문제를 칠판에 썼다. “수능 시험지에 나올 가능성이 큰 문제인데, 누가 풀 수 있어?” 최옥화의 시선이 반 학생들을 스쳐 지나갔다. 모두가 자신의 이름을 부를까 봐 목을 움츠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최옥화는 화를 내지 않았다. 이 문제가 확실히 좀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마 반장 도시아도 머리를 좀 써야 풀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선생님, 제가 이 문제 풀게요.” 주은우가 손을 들어 말했다. “도시아가 풀자.” 최옥화는 주은우를 무시했다. 요즘 주은우가 눈에 띄게 열심히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는 주은우가 이 복잡한 방정식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선생님, 주은우가 이 문제를 풀게 해주세요!” 도시아는 자신감이 넘쳤다. 최옥화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주은우가 올라와서 문제를 풀어.” 주은우는 강단에 올라 분필을 들고 방정식을 풀기 시작했다. 3분도 안 돼 반쪽 칠판은 온통 주은우의 방정식으로 꽉 찼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끝!” 주은우는 분필통에 분필을 넣었다. “선생님, 어디가 잘못됐는지 봐주세요!” 최옥화는 자세히 한 번 보았다. 정확하게 맞았다. 틀린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그녀는 어안이 벙벙하여 주은우를 바라보았다. 수학 성적에서 한 번도 합격하지 못한 학생이 풀어낸 문제라곤 상상하기 어려웠다. 최옥화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 말했다. “도시아가 너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구나.” 주은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선생님이 저에게 기회를 주신 덕분입니다. 또한 반장이 끊임없이 제 공부를 봐주신 덕분이기도 하죠.” 최옥화의 냉엄한 얼굴에 모처럼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 먼저 내려가. 내일 모의고사에서 네가 나에게 더 큰 놀라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주은우는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도시아는 칠판을 바라보며 입가에 옅은 웃음을 자아냈다. 그녀는 주은우가 지난 3일 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가장 잘 알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주은우는 정말 강성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시영도 웃고 있었다. 그녀는 주은우가 이렇게 눈에 띄게 진보한 것이 자신의 공로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을 좋아한다. 자기가 강성대학교에 입학한다고 알려줬기 때문에 그가 공부에 힘을 쓰는 거로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매력이라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수업이 끝난 후. 전영미는 오종현을 쫓아내고 유시영의 곁에 앉아 중얼거렸다. “시영아, 주은우는 정말 변한 것 같아!” 유시영은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강성대에 입학해서 내 발걸음을 따라잡을 수 있겠어?” 전영미가 또 한마디 했다. “걔 요즘 너한테 말 걸었어?” “열심히 공부하는 거 못 봤어?” 유시영은 전영미를 향해 눈을 흘겼다. ‘그럼 널 찾지 않은 거네?’ 전영미는 속으로 한마디 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전영미가 또 물었다. “만약 주은우가 강성대에 입학한다면 너 걔랑 사귈 거야?” 유시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하는 거 봐서.” 최근 며칠, 주은우는 그녀를 매우 실망하게 했다. 밥도 챙겨주지 않을뿐더러 간식거리도 사주지 않았다. 만약 그가 강성대학교에 합격했는데도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자신은 분명히 그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자신에게 대시한다면, 그와 사귀어 보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었다. 적어도 주은우는 어느 정도 비주얼이 있으니 말이다. 고3 남자 얼짱 10위 안에 들 수 있을 정도로 잘생겼다. “참, 아침 식사를 배달해 준 사람이 대체 누구야, 왜 그렇게 비밀스러운 거야?” “누구긴 누구겠어? 날 좋아하는 사람이지. 나는 이런 신비한 척하는 것을 가장 싫어해. 내일부터 우리 그의 아침을 받지 말자. 나는 주은우에게 우리의 아침을 사달라고 할 거야!” “응, 네 말대로 하자!” 다음 수업은 체육이었다. 최옥화는 미리 체육 선생님에게 부탁했다.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활동하게 하라고 말이다. 그녀는 대부분의 사람이 교실에서 복습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사실도 그러했다. 대부분의 여학생은 교실에서 복습했다. 하지만 남학생들은 거의 자리에 없었다. 몸이 허약한 현민호는 햇볕을 오래 쬐지 못하고 교실로 돌아왔다. “현민호, 주은우는?” “현민호, 주은우는?” 현민호가 연단 한가운데로 들어서자 목소리 두 개가 동시에 들려왔다. 현민호는 반장 도시아와 구석에 앉아 있는 유시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헐, 은우 매력이 이렇게 컸어?’ 얼짱이 찾는 것도 모자라 반장까지 그를 찾다니! “은우 농구시합 하고 있어.” “올라오라고 해. 내가 볼 일이 있다고!” 유시영이 명령조로 말했다. “나... 더위 좀 먹었어!” 현민호가 나약하게 말했다. “유시영, 무슨 일로 찾았어. 마침 내려가려던 참이야.” 반장 도시아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유시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됐어, 나도 내려갈 거야. 함께 배드민턴을 치고 싶어!” “그래!” 도시아는 대답하고 나서 앞장서서 걸었다. 유시영은 도시아의 뒤를 따라 내려갔다. 그녀는 도시아에게서 위기감을 느꼈다. 자신은 주은우를 좋아하지 않지만, 도시아가 주은우와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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