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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소지연은 그가 쉽게 믿지 않을 것 같았다.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어, 누군가 나한테 약 타려고 했는데 내가 너한테 술을 줄지 몰랐던 거지." 송민우도 방금 전,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소지연은 더 말하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잠깐." 송민우는 소파에서 아까 자신이 벗었던 캐시미어 핸드메이드 코트를 소지연한테 건넸다. "입고 나가." 그가 너무 박력 있게 했었기에 그녀의 몸에 흔적이 많이 남았다. 그대로 여기서 나가면 사람들이 수군거릴 게 뻔했다. 소지연은 받지 않았다. "됐어, 내가 송 대표님 옷을 입고 나가면 우리가 친하다는 소문이 진짜가 되는 거야." 송민우는 그 말에 사레가 들렸지만 화내지 않았다. "난 여자랑 공짜로 자지 않아, 네 숙모가 원하는 건, 직접 와서 나랑 얘기하라고 해." "정말 감사하네요, 아주 내가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게 해주셔서." 소지연은 가볍게 자조하고는 더는 거절하지 않고 그의 옷을 걸치고 나갔다. 혼자 휴게실에 앉아 있던 송민우는 갑자기 짜증이 나서 구현우한테 전화했다. "오늘 연회장에서 누가 소지연의 술에 약 탔는지 알아 봐." - 심미자는 소지연을 송민우한테 보내고는 술잔을 들고 부잣자집 사모님들한테로 갔다. "난 송 대표님이 전 여자 친구를 아직 못 잊은 줄 알았는데, 조카분이 대표님이랑 만나고 있을 줄 생각도 못 했어요." 사모님 한 분이 억지 웃음을 지으며 심미자한테 말했다. 듣기에는 칭찬인 것 같았지만 사실은 심미자의 기를 꺾꺽으려는 것이었다. "전 여자 친구라니요?" 심미자가 궁금해서 물었다. "몰랐어요? 어머, 그 전 여자 친구랑 두 사람이 업계에서 소문이 자자했어요. 그 전 여자 친구가 남자랑 많이 놀아났고 우아하지도 않았는데 송 대표님이 완전히 반해서 누가 감히 그 여자를 무시하면 바로 혼내주고 아주 아꼈었거든요." 심미자는 대수롭지 않아 했다. "누가 그렇게 대단해서 송씨 가문 후계자한테 사랑 받은 거에요..." "송 대표님이 그 여자가 자신이 제일 어두웠던 순간에 빛이 되어주었다고 했었어요. 얼마나 가슴 깊은 사랑이겠어요. 하지만 나중에 두 사람이 문제가 생겨서 헤어졌고, 그 여자가 대표님을 찼다고 했어요. 그래서 대표님이 한동안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누군가가 또 말했다. "맞아요, 두 사람이 계속 엮여있으니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요. 심 대표님, 조카분한테 잘 지키라고 말해주세요. 그 여자가 찾아오면 송 대표님이 흔들릴지도 몰라요." "맞아요, 참, 그 여자 곧 귀국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서로 얘기를 주고 받았다. 하지만 심미자는 그 사람들이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했다. '모두 지나간 일이야, 여자한테 미쳐있는 남자가 얼마나 되겠어?' 순간 수군거리던 소리가 멈췄다. 소지연이 멀리서부터 걸어오고 있었는데 아주 단아하고 우아해서 재벌 집 사모님들은 소지연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심미자는 마음속으로 아주 뿌듯해했다. '아무리 대단한 여자라고 해도, 우리 소지연보다 대단하겠어? 내가 키운 소지연은 해성 제일 미녀라고.' 소지연이 가까이 와서 인사했다. 소지연이 걸치고 있는 옷이 아침까지도 송민우가 입고 있었던 옷이라는 걸 알아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더 추측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원래는 모두 지켜보는 태도였는데 그 옷을 보더니 다들 열정적으로 변했고 얼른 소지연한테 앉으라고 했다. 소지연은 어려서부터 심미자를 따라 이런 장소에 많이 드나들었기에 재벌 사모님들과 잘 어울렸고 이런 장소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돌아가는 길에 차에서, 소지연은 송민우가 했던 말을 숙모 심미자한테 알려주었다. "송 대표님이 그러는데, 조건이 있으면 직접 자기를 찾으래. 약속 잡으면 시간 마련하겠대. 하지만 숙모, 더는 대표님 이름을 여기저기 내세우지 마, 싫어해." "알겠어, 알겠어, 역시 네가 능력 있네, 대표님을 만나자마자 바로 일이 해결됐어." 심미자는 환하게 웃으며 당부했다. "해성에서 송씨 가문에 빌붙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가득해, 네가 적극적으로 잘 잡아야 해. 잡지 못하면 인맥이나, 자원이라도 얻을 수 있으면 그것도 좋아." 소지연은 마음이 불편했지만 심미자의 그런 모습에 익숙해서 대충 답하고는 더 말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미자는 송민우와 식사 자리를 가졌고 협상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특별히 소지연도 데리고 갔다. 이번 식사는 고급 중국식 레스토랑에 잡았다. 심미자와 소지연은 진작에 레스토랑에 도착했고 비싼 와인을 주문하고는 웨이터한테 먼저 와인을 소분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반 시간이 지나도 송민우는 오지 않았다. 소지연은 시계를 보며 숙모한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늘 검은색 미니 스커트를 입고, 섬세한 크림색 V넥 블라우스를 입었다. 성숙한 비즈니스 룩이었였고지만 섹시함도 잃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막 도착한 송민우와 그의 비서를 보았다. 40분이나 지각했지만 그는 참 당당했다. 그녀를 보자 훤칠한 그도 멈칫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갔고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그녀를 훑어보았다. 소지연은 예의 있게 웃어 보였다. "송 대표님, 오셨으니 들어가시죠, 숙모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송민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의미심장한 눈빛을 지었다. 식사하면서 심미자와 송민우는 일 얘기를 나눴고 소지연은 묵묵히 옆에 앉아 있었다. 송민우는 오늘 기분이 좋은 것 같았고 소지연한테 시비 걸지도 않고 태도도 아주 온화했기에 소지연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거의 끝나갈 쯤, 소지연은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를 대고 계산하러 갔다. 다시 룸으로 돌아왔을 때, 심미자는 이미 없었고 송민우 혼자 원형 테이블에 앉아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가 오늘 심미자와 같이 술을 많이 마셨기에 취한 것 같았다. 인기척이 들리자 그는 눈을 떴다. "네 숙모가 먼저 갔어, 너한테 날 데려다 주라고 했어." '참 잘 부려 먹네.' 송민우와 같이 왔던 비서도 온 데 간 데 보이지 않았기에 소지연은 하는 수 없이 답했다. "가시죠." 소지연의 냉담함에 송민우는 의아했다. '내가 전에 경연만에서 했던 말 때문에 아직도 화나 있나 보네, 뒤끝 참 길어.' "대표님?" 소지연은 그가 반응이 없자 다시 불렀다. 송민우가 일어섰고 커다란 몸집이 흔들리더니 그녀한테 쓰러졌다. 소지연은 얼른 그를 부추겼고 그제야 그가 이미 취해서 서 있을 수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자 그녀는 그의 몸에서 나는 진한 술 냄새까지 맡을 수 있었다. 그 냄새에는 향긋한 소나무 향까지 섞여 있었는데 마치 송민우처럼 진중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그를 부추겨 주차장으로 가서 그를 조수석에 앉혔다. 안전젠벨트를 해주려고 하는데 머리카락이 그의 정장 단추에 걸려 그녀는 우왕좌왕했다. 계속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쯧"하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눈을 떴고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식사 자리에 함께할 때마다 계속 이렇게 덜렁거리는 거야?" 소지연은 원망에 찬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식사 자리 끝나고 사람을 데려다준 적 없었어." 그녀가 기사 노릇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송민우는 말문이 막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집중해서 자기 머리를 풀고 있었는데 송민우가 갑자기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잡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마구 비비지 마." 그러더니 큰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풀어주었다. 소지연은 한참 멈칫해서야 겨우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그녀는 조금 전에 머리를 푸는 것에만 집중했기에 자신이 계속 그의 다리에 몸을 비비고 있었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소지연은 난감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나 정말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송민우가 단추를 풀자 그녀는 도망치듯 뛰어가 운전석에 앉았다. "힐리우스로 가." 송민우는 그 말 한마디만 하고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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