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장
육태준은 별안간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터질 것 같았다.
그는 서류를 내려놓고 허우진에게 분부했다.
“가서 CEO 한 명 영입해!”
허우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나 한동안 쉬어야겠어.”
육태준이 답했다.
“딱히 큰일 없으면 나한테 보고하지 마.”
대기업에서 CEO를 영입하는 건 아주 흔한 일이다.
하지만 허우진에겐 너무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육태준이 이 자리에 오른 이후로 뭐든 직접 나섰고 회사를 위해서 단 1분이라도 쉬는 걸 못 봤으니까.
그런 그가 지금 잠시 손을 놓겠다고 한다.
허우진은 한참 후에야 정신을 다잡았다.
“네. 지금 바로 영입하겠습니다.”
허우진이 나간 후 육태준은 서류를 계속 체크했지만 머릿속엔 온통 하채원 뿐이었다.
그는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이 몇 년 동안 일에만 몰두하고 밤낮없이 돈 번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그건 전부 본인에 대한 보상 같은 것이었다. 하씨 가문에서 그를 속여 큰 손실을 냈는데 이건 단지 금전상의 손실이 아니라 육태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수천억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수천억 때문에 육태준은 상류층에서 갖은 굴욕을 당해야만 했다.
여자를 이용해 높은 자리에 오르려 했으나 되레 배신을 당해버린 바보로 낙인되었다.
수천억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청각 장애가 있는 장애인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는데 이제 와서 그가 얻은 건 무엇일까?
하채원은 일부러 기억을 잃은 척 연기하고 있고 심지어 그를 포기하려 한다...
여기까지 생각한 육태준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이젠 그 아이를 반드시 데려와야만 한다.
그리고 기억을 잃은 척하는 하채원을 정면으로 까발려야 한다.
또 그리고... 그녀를 제대로 처벌할 것이다.
교훈을 단단히 섭취할 수 있도록 말이다.
육태준이 머릿속으로 치열한 작전을 벌일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사무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하채원은 오늘 옅은 색상의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 맑고 어여쁜 그녀의 눈동자가 한없이 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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