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장

하선우의 작은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붉게 변했다. 곧이어 하선우는 두 번 정도 헛기침을 하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엄마, 나도 이젠 어린이가 아니에요. 그리고 옆에 아현이 이모도 있잖아요.” 하선우의 말에 방금 육태준으로 인해 망가졌던 분위기가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며 한순간 떠들썩해졌다. 조아현은 하선우가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처음이라 그를 놀리기 시작했다. “선우 너 엉덩이를 맞은 적이 있구나.” “아니거든요!!” 이런 모습일 때면 하선우는 여느 평범한 아이처럼 보였다. 하채원은 다급히 설명하는 하선우를 바라보며 화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하선우와 하선재는 마치 하늘이 내려준 선물과 같아 하채원을 화낼 수조차 없게 만들었다. 하채원은 이곳에 오는 길에 아무 잘못도 없는 하선우와 하선재가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가지도 못하고 집이 있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오늘 벌어진 돌발 상황은 하채원으로 하여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확실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 하채원은 사람을 불러 하선우를 돌려보내자는 조아현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현아, 내가 생각해 봤는데 계속 숨는 게 최선의 방법은 아닌 것 같아. 난 선우를 이곳에 남겨두기로 결정했어. 태준 씨는 이미 선우를 만났고 네 아들이라고 굳게 믿고 있어.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나중에 옥자 아줌마한테 그쪽에서 선재만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선우는 나랑 같이 단현에 있을 거라고 말할 거야.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게 되면 돌아가야지.” 가만히 듣고 있던 조아현도 하채원의 말에 동의했다. “맞아, 옥자 아주머니 옆에 도우미가 있기는 하지만 나이도 있으셔서 혼자 선우와 선재를 돌보는 건 힘들 거야. 선우가 여기 남으면 너도 외롭지 않을 테니까 오히려 좋은 것 같아. 그리고 육태준이 알게 된다고 해도 무서워할 필요 없어. 나랑 차지욱 씨가 있잖아.” 하선우도 조아현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