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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장

서지훈은 이지원이 한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는 겉으로는 강아영에게 온화하고 다정한 척했지만 사실은 그녀의 사랑을 누리며 마음속의 첫사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서지훈은 ‘그녀’를 찾고 있었고 그동안 순결을 지키며 살았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녀’를 만나게 되면 이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해야겠다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렇게 된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부끄러웠다. ‘그녀’를 만났을 때, 자신이 다른 여자의 몸을 탐했다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서지훈은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그는 강아영을 특별히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녀의 강인한 모습과 매력적인 외모에 잠시 끌렸을 뿐이었다. 서지훈이 불편했던 이유는 이혼 합의서를 받으러 가기로 약속했을 때, 강아영이 장선자에게 약을 타 먹이라 시켰기 때문이다. ‘만약 그날 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상황이 더 나았을까?’ 조민재의 전화벨 소리에 서지훈은 정신을 차렸다. 곧이어 조민재는 전화를 받고 나서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지원 씨가 유산했습니다.” 서지훈은 잠시 멍해졌다. “정말 임신했던 거였어?” 서지훈과 이지원의 인연은 그 평안고리에서 시작되었다. 평안고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서지훈에게 주었던 유일한 값진 물건이었다. 그리고 첫사랑과 사랑을 확인한 그날 밤 서지훈은 평안고리를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 하지만 서기태와 뜻밖의 사고를 당한 후 그 고리가 서지훈의 몸에 있는 유일한 값진 물건이 되었다. 부모님은 고집스레 강아영의 아버지 강승호가 그들을 살린 것이라 말했다. 그는 ‘그녀’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를 맡았고 ‘그녀’는 서지훈을 끌고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다리 밑에 숨었다. 하지만 서지훈이 다시 돌아왔을 때, 강씨 저택에는 불이 나 있었고 리조트는 물론 산 절반이 불에 타고 있었다. 그리고 서지훈이 ‘그녀’에게 준 평안고리는 한 가게에서 팔리고 있었는데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고 끝끝내 찾아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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