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장
물론 서지훈이 자신을 존중해줄 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는 강아연의 진심을 무시할 수 있었고 심지어 짓밟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자신이 과거에 서지훈을 좋아했던 것 때문에 강아영은 이 모든 것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서지훈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만약 진혜인이 딸의 이런 결혼 생활을 본다면 얼마나 상처받고 슬퍼할까?
“남성택 선생님께서 브로치의 주인을 보고 싶어 하셔.”
서지훈이 다시 말했다.
“난 안 갈 거예요.”
강아영이 말했다.
‘정말 가면 그건 내 가치를 떨구는 일인 거야.’
그녀는 더 이상 서지훈이 부르면 오고 가라면 가는, 그저 서지훈이 자신을 한 번이라도 봐주기를 기다리는 강아영이 아니었다.
“이만 돌아가요.”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지 않겠어?”
서지훈의 말에 강아영은 화가 났다.
“당신이 언제 공과 사를 구별했다고 그래요? 항상 말을 바꾸는 건 서지훈 씨 당신 아니었나요? 염치가 있어야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첩을 두려고 그래요?”
“뭐? 첩을 둬? 내가 이혼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고 이러는 거야? 뜻밖의 사고가 있었잖아. 너 한번, 나 한번 주고받으면 동등한 거지.”
이혼이라는 주제가 드디어 나왔다.
이 얘기를 할 때 서지훈의 표정은 마치 날씨 얘기를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았다.
“서지훈 씨, 정말 듣기 안 좋네요. 사고는 내 일이지, 난 서지훈 씨에게 도움을 청한 적 없어요.”
그래야 문제가 생기지 않고 각자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서지훈은 강아영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남자는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예쁜 여자가 난리 치고 불합리하게 행동하고 심지어 말을 듣지 않는 것까지는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여자가 적당히라는 것을 모르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안타깝지만 너랑 함께 있는 사람은 나네. 네가 그렇게 그리워하는 주하진이 아니라.”
그는 차갑게 말했다.
서지훈은 왜 이 일을 가지고 강아영을 모욕하는 걸까? 자신이 먼저 그녀에게 주하진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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