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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장

강아영은 거의 그림자처럼 김건우의 뒤를 따랐다. 회의도 같이 들어가고, 고객도 같이 만나고, 거의 보좌관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운 그룹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를 엄청나게 사랑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없을 때 강아영의 눈빛은 항상 차갑고 싸늘했다. 회사에서는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닐 수 있지만 퇴근 후까지 그럴 수는 없었다. 강아영은 일단 집으로 돌아왔고 안지은이 돌아온 다음에 둘이 다시 김건우 집으로 가볼까 생각했다. 김건우의 뒤를 따라다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서태웅을 보기만 하면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서태웅은 엄마를 보자 싱긋 웃더니 다시 수상하게 방으로 들어갔다. 강아영은 갸우뚱해서 진혜연한테 물었다. “엄마. 태웅이 왜 저래? 이상한데?” “너 지훈이랑 싸웠니?” 진혜연의 되물음에 강아영은 머리를 살짝 끄덕였다. “조금 트러블이 있었어. 근데 걱정하지 마. 요즘 여러모로 문제도 많고 그렇거든. 설로 머리도 식힐 겸 이대로도 괜찮은 것 같아.” 애초에 서지훈과의 혼인 생활에서 남겨진 후유증 같은 거니까. 사랑하든, 증오하든, 두 사람 사이에 부족했던 건 같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방식이다. 서로를 위해 맞춰본 적이 없었기에 이번 기회에 노력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렇게 겪고 나면 두 사람 사이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닫혔던 문이 열리더니 서태웅이 다시 방에서 나왔다. ‘탁탁’하는 신발 소리가 들려서 머리를 돌려보니 고작 세 살밖에 안되는 아이가 큰 남성용 구두를 신고 계단을 내려왔다. 위험한 행동에 깜짝 놀란 강아영은 부랴부랴 뛰어가 서태웅을 와락 안았다. “웅아, 뭐 하려고? 이건 아빠 신발이잖아?” 서태웅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아래층으로 내려온 다음 강아영은 자리에 앉혔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아영은 그래도 소파에 앉아줬다. 그러더니 서태웅이 신발을 끌어 신으며 서지훈의 자세를 따라서 그녀 앞에 섰다. “강아용, 나, 지금 서지휸이야...” 서태웅의 흉내에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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