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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하지만 세 번이나 걸어도 서지훈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무거운 무력감이 밀려오고 강아영은 무릎으로 팔꿈치를 지탱한 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안으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결혼한 지 3년이나 되었지만 서지훈이 이렇게 지독한 사람이라는 걸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숨을 내쉰 그녀는 곤히 잠든 진혜연을 이영자에게 맡기고 서지훈에게로 향했다. 오동길 6번지, 서지훈이 지내는 곳이었다. 역시나 거실에 들어서니 옅은 갈색 소파에 앉아 있는 서지훈의 모습이 들어왔다. 여유로운 자세와 달리 차가운 표정은 그 누가 봐도 주눅이 들 법한 모습이었다. ‘뭐지? 날 오랫동안 기다린 것 같은 이 모습은?’ 바로 곁에 둔 휴대폰을 바라보며 강아영이 물었다. “왜 전화를 안 받아요?” 그런 그녀를 힐끗 바라보던 서지훈이 피식 웃었다. “그럼 넌 왜 내 문자 왜 씹은 건데?” “...” ‘뭐지? 이 쪼잔함은?’ “어떻게 하면 돌려줄 수 있겠어요? 그 브로치.” 여기까지 온 이상 더 이상 자존심을 부려서 뭐 하나 싶어 강아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에 서지훈은 꽤나 즐거운 듯 두 손을 뒤통수에 댄 채 소파에 기댔다. ‘역시 똑똑하다니까.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이렇게 알아서 굽히고 들어오잖아. 그런데 어딜 갔다 온 거지? 화장은 다 번지고 얼굴은 창백해선... 괜히 불쌍해 보이게.’ “일단 상처받은 내 마음부터 달래줘.” 강아영의 반짝이는 두 눈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달래주면 되는데요?” “글쎄?” 서지훈의 노골적인 시선이 강아영의 몸 곳곳을 훑었다.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정작 그런 상황이 되니 수치심이 일었다. 코트를 바닥에 던져두고 강아영이 서지훈에게 다가갔다. 살짝 찌푸린 미간이 불만족스러운 서지훈의 기분을 말해 주고 있었지만 모든 존엄을 내려놓고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기엔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수치심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 더는 못 버티겠다 싶어 도망치고 싶던 그때, 서지훈이 먼저 다가왔다. 참고 참던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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