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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장

강아영은 청양산을 떠나기 전에 메리어트 호텔에 가서 장서우를 만나보았다. 지난번과 달리 문 앞에는 경호원이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한 남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키가 컸고 이목구비도 수려했지만 마주볼 수 없을 만큼 살벌하고 흉악한 그의 두 눈을 보면 강아영은 호감이 뚝 떨어졌다.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던 강아영은 웃으며 물었다. “서우를 볼 수 있을까요?” “여긴 서우가 없고 대신 유이가 있어.” 소승원이 말했다. “유이, 이름을 잘 지으셨어요. 유순하게 당신의 말을 잘 들으라는 뜻인 것 같은데 그럼 송승원 씨와 함께 있는 것은 서우가 원한 일이었을까요?” 소승원은 턱을 치켜든 채 자신과 맞서는 강아영을 내려다보았다. 예쁘게 생겼고 키도 컸으며 마른 몸매를 갖고 있었다. “성격이 칼칼한 걸 보니 유이 친구가 맞네.” 소승원은 입꼬리를 올렸지만 웃음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안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장서우는 얼른 옷을 걸치고 재빨리 달려 나와 강아영의 앞을 막아섰다. 소승원의 눈빛이 어두워진 걸 보면 아마 장서우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 있다. 지난 7년 동안 장서우를 데리고 해성을 떠난 후 그녀는 해성을 잊은 듯 이곳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물론 소승헌은 오랫동안 장서우의 이토록 생동한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평소에 항상 쌀쌀했던 장서우는 사람들이 그녀를 주의할 수 없을 만큼 조용하고 차갑기만 했다. 강아영은 장서우의 손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 “괜찮아. 너를 보았으니 꼭 만나러 올 거야.” 장서우의 두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고 소승원은 강아영을 바라보았다. ‘나이는 어려 보이지만 박력이 있네.’ “나 아영이랑 얘기 좀 하고 싶어요.” 장서우가 말했다. “들어와서 얘기해.” 청양산 메리어트 호텔의 가장 큰 스위트룸은 현관, 큰 거실, 그리고 응접실 등 사치스럽게 꾸며졌다. ‘소승원 씨는 제법 생활을 즐길 줄 아는군! 차를 마시는 다기도 유명한 거네.’ 고풍스러운 찻상 옆에 앉아 물을 끓이던 소승원은 고개를 들고 강아영을 바라보았다. “별장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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