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아영아!”
그녀일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김선애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강아영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위로했다.
“화내지 마시고 일단 아버님이랑 들어가세요. 저희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에는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역시 익숙한 차갑고 경멸 어린 시선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나 싫어진 척 이혼하겠다고 연기하면서 내 경계를 흩트리고 그딴 약을 써? 너 진짜 대단한 사람이었네. 내가 한 방 먹었어.”
지금까지 누구에게 이렇게까지 뒤통수를 맞은 건 처음이기에 더 화가 치밀었다.
한편, 소파에 앉은 강아영은 살짝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볼 뿐 더 이상 변명하지 않았다.
어젯밤 울며 아니라고 해명하고 애원했지만 돌아온 건 더 폭력적인 스킨십뿐이었다.
그 순간 강아영은 이 관계를 끊어내기로 다짐했다.
부부는 물론이고 표면적인 남매 관계 역시 말이다.
‘또... 또 저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
가뜩이나 긴 속눈썹이 촉촉한 눈동자 위를 오갔다. 잡티 하나 없이 맑은 눈빛이 서지훈을 더 미치게 만들었다.
“뭐라고 말 좀 해봐!”
“아직 시간 좀 되는데. 법원에 가는 게 어때요?”
멈칫하던 서지훈이 피식 웃더니 성큼성큼 다가왔다.
코끝이 거의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 강아영은 숨이 막혀왔다.
어젯밤 그 뜨겁던 숨결, 서로 주고받던 스킨십이 떠오르며 저도 모르게 몸이 움찔거렸다.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서지훈의 손이 그녀의 목덜미를 덥석 잡아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강아영, 우리 이혼 안 할 거야.”
바로 코앞에서 그의 얇은 입술이 움직였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최대한 침착하려 했지만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가 살짝 떨려왔다.
“3년 동안 내가 너무 차가워서 힘들었다고 했지? 우리 그럼 다른 방식으로 놀아볼까?”
부드러운 목소리는 마치 연인 사이에 속삭이듯 달콤했지만 내뱉는 말은 비수처럼 그녀의 가슴을 내리 찔렀다.
‘아, 이제 끝내는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구나...’
당황한 강아영은 최대한 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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