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장
서지훈은 그녀의 눈을 지그시 쳐다봤다. 긴 눈꼬리와 바짝 올라간 속눈썹, 눈두덩이에 은은한 핑크톤 메이크업까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눈동자인데 이게 과연 연기가 가능한 일일까?
마치 지금처럼 맑고 영롱한 눈동자에 미소가 머금은 것 같은데 그윽한 눈매에 담긴 깊은 뜻은 도통 가늠할 수가 없었다. 서지훈은 문득 이 여자가 낯설어졌다.
그녀는 결코 순종적이고 모든 걸 운명에 맡기는 자가 아니다. 심지어 한때 서지훈에게 계략을 쓴 적도 있다.
다만 서지훈은 그녀가 옆에만 있다면 아직 여지가 있을 것이고 기회도 생길 거라 믿었다.
오후의 처절한 몸부림을 겪은 후 서지훈은 다소 그녀를 마주하기가 어려웠다. 자신은 늘 자제하고 선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고 여겨왔으니까.
하지만 왜 그녀 앞에만 서면 갖은 규칙이 다 무너지고 심지어 난폭해지기까지 하는 걸까?
서지훈은 그녀를 다 ‘위로’한 뒤 자리를 떠났다.
강아영은 통유리창 앞에 서서 하얀 눈에 뒤덮인 세상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양이현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에게 뭐 한 가지 부탁했다.
강아영은 청양산을 떠나기 전에 장서우를 한 번 만나기로 했다.
...
어둠이 드리워진 밤.
강아영은 시끌벅적한 소리에 놀라서 잠이 깼다.
몸을 살짝 움직여보니 놀랍게도 온몸이 찢어질 듯 아프고 침을 삼키지 못할 만큼 목이 따가워 났다.
그녀는 침대에 누운 채 이제 곧 기절할 것만 같았고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었다.
오후에 옷을 너무 얇게 입어서 감기에 걸린 게 틀림없다.
강아영은 겨우 일어나 앉았는데 침대 맞은편에 서지훈의 그림자도 안 보였다.
두 사람이 얘기를 마친 후 서지훈은 그대로 방에서 나갔고 여태껏 돌아오지 않았다.
하물며...
그녀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아플 때일수록 누가 더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고 그 타이밍에 서지훈이 없으니 뜻밖에도 그가 원망스러워지는 강아영이었다.
그녀는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확 뜨거워졌다가 또다시 차가워지길 반복하니 실로 괴로울 따름이었다.
휴대폰을 가져와 시계를 들여다보니 새벽 두 시였다.
강아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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