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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장

"방금 퇴근했어, 왜?" "같이 밥 먹자, 네 회사 앞이야." "잠깐만 기다려, 바로 갈게."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회사를 거의 나서는데 누군가 나를 부르는 거였다. "하윤 씨."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한정호였다. "선배님?" 나는 의아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세요?" "오전에 육지연 매니저랑 있은 일 들었어요, 하윤 씨가 처리한 게 아닌 것 같아서, 혹시라도 문제 생길까 봐 걱정돼서요..." 한정호가 걱정에 찬 얼굴을 하자 나는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요, 안 무서워요." 한정호는 입술을 오므렸다. "하윤 씨가 몰라서 그래요, 육지연 배후에 대단한 세력이 있어요, 교성 재벌 중에 고씨 가문 알아요? 육지연이 고현 그룹 대표님의 전 여자 친구래요. 육지연 때문에 대표님이 결혼식 날 도망갔대요, 지금은 이혼했고요..." 나는 아연실색했다. 막장 드라마 같은 내 일을 모두가 다 알게 됐을 줄 몰랐다. "제가 육지연 매니저랑 친한데, 자리 마련해줄까요? 오해를 풀어야지, 아니면 나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한정호가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그가 좋은 마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와 육지연의 원한에 이 정도 일이 더해져도 상관없었다. "고마워요 선배님, 정말 괜찮아요." "하윤 씨..." 한정호가 더 말하려고 하는데, 그가 말하기도 전에 나는 내 쪽으로 걸어오는 훤칠한 그림자를 보았다. 그 모습이 위압감이 넘쳤기에 그가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후배님." 익숙한 호칭에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부진성이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는데, 석양이 그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고 눈매와 오똑한 콧날에 음영을 더해서 얼굴을 더 입체적이게 만들었다.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부진성의 기가 장난 아니었고 사람을 빤히 볼 때는 더 압박감이 심했다. 한정호는 침을 꿀꺽 삼켰고 아직 말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기가 죽은 것 같았다. "내 동료야, 한정호 선배님." 나는 얼른 두 사람을 소개해 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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