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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

의사는 황이진을 임서우의 엄마로 여긴 것 같았다. 황이진은 뻘쭘한 듯 입꼬리를 올렸지만 굳이 아니라고 설명하지는 않았다. “RH-혈액형이 뭔지 아세요?” 의사는 조금 전보다 더욱 불만 가득한 태도로 말했다. “이런 혈액형은 아주 드물어요. 요즘 전체 시에 있는 모든 병원에 이 혈액형이 부족해요. 그래서 수혈해 줄 수가 없어요.” 황이진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임서우가 RH-혈액형인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형님?” 이때 밖에 나가서 뭘 좀 먹은 한은실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왜 여기 계세요?” 황이진은 다급히 한은실을 끌고 가서 말했다. “선생님, 이 사람이 환자의 엄마예요. 같은 혈액형일 거니까 엄마의 피를 쓰면 되잖아요.” 의사가 말하기도 전에 한은실이 먼저 거절했다. “제가 왜요?” 그러자 의사와 황이진은 놀란 표정으로 한은실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제 말은, 요즘 몸이 안 좋아서 약을 많이 먹었어요. 그래서 제 피에 문제가 있을지도 몰라요.” 황이진은 난감한 듯 입꼬리를 떨었다. 그런데 의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혹시 혈액형이 RH-B형이에요?” “아니요.” 한은실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RH-B형이에요.” 옆에 있는 황이진이 갑자기 말했다. “그럼 제 피를 수혈하세요.” “안 돼요!” 이때 임예지도 내려왔다. 임예지는 걸어와 황이진의 팔을 잡아당겼다. “엄마, 엄마 피를 수혈하면 안 돼요. 요즘 엄마 건강이 어떤지 몰라요?” “예지야, 사람 목숨을 구하는 게 우선이지.” 황이진은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선생님, 제 피를 뽑으세요.” “엄마, 서우가 자기 몸을 아끼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건데 왜 우리가 고생해야 해요?” 임예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가 평소에 쟤한테 당한 게 아직도 적다고 생각해요? 돈 쓰는 것도 모자라 이제 엄마의 피를 수혈하겠다니, 그건 절대 안 돼요.” 옆에 있던 의사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상황이 파악되니 한은실과 임서우에 대한 반감이 더 커졌다. 의사는 황이진과 임예지를 바라보면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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