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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장

두 사람 사이에 아주 큰 벽이 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또 이 세상에 그녀 외에 그에게 가까이할 수 있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았다. 천생연분인 것 같기도 하고 또... 소녀는 이 사진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이 너무나 눈 호강 시켜줬다. 하여 그녀는 잠시 고민한 후, 용기를 내어 삭제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휴대폰에 저장했다. "앉아." 김수지가 매너 있게 의자를 빼주었다. 갑자기 이렇게 만난 데다가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얘기도 하고 김수지의 부드러운 태도를 느낄 수 있다니 박민혁은 약간 당황했다. 항상 냉정했던 남자의 마음속에 바다가 출렁이고 있는 것처럼 그를 진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움직이는 동작마저 버벅거리며 손발 바쁘게 먼저 뭐부터 해야 할 지 몰랐다. 결국 김수지가 먼저 손을 뻗어 죽을 건네받았다. 결단력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남자는 비로소 앉을 수 있었다. 박민혁의 반응에 김수지는 그저 이 하얀 원피스의 위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김수연과 관련된 모든 것이 지현이 준 ‘부적’ 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생명의 은인이든 뭐든 이 남자 마음속 김수연의 손가락 하나보다 할까? 답은 부정이었다. 이 드레스만으로도 박민혁은 안절부절못했다. 김수지는 눈동자의 비통함을 감추며 아무 감정 없는 예쁜 눈으로 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김수연의 일은 내가 너무 흥분했어. 나한테 책임을 따지고 싶으면..." "그건 너희들 사이의 일이야." 박민혁은 분명한 태도로 말했다. "내가 간섭하려고 생각한 적은 없어." 김수지가 다치지 않는 한, 그는 영원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낼 수 있다. 김수지는 박민혁과 이렇게 말이 잘 통할 줄 몰랐다. 그녀는 박민혁이 가져온 물건들에 시선을 돌리고 가볍게 죽을 한 모금 마셨다. 음식 맛은 원래대로였지만 사람은 이미 그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와 박민혁의 과거를 생각하면 안 되었다. 1분 1초가 고통과 아픔이었으니. 그 아픔은 심장을 도려내는 것처럼 숨도 잘 쉬어지지 않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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