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2장

변우빈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박민혁은 한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그런데 변우빈이 없었더라도, 언젠간 김수지는 알게 될 것이다. 누가 말했는지 따져봤자 아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변우빈을 이렇게 쉽게 봐줄 수도 없었다. 박민혁은 잠깐 고민을 한 후 말했다. "한 가지 약속해. 그럼 봐 줄게." 변우빈 손에 낀 담배가 타들어갔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박민혁을 바라보며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약속을 지금 동의하지 않더라도 박민혁은 다른 수단을 써서 동의하게 만들테니까. "형." 변우빈은 웃으면서 담배를 껐다. 평소 의사로서의 과묵한 모습과는 달리, 박민혁 앞에서는 천진난만해 보였다. 박민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아파트로 이사와." "여기로?" 변우빈은 놀랐다. "그래. 내가 모든 걸 처리해 줄테니까, 그냥 몸만 오면 돼." 박민혁은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바로 수지 옆집으로." 변우빈은 듣자마자 기분이 나빠졌다. "또 수지 인생에 참견하려고?" "아니." 박민혁은 이미 철저하게 생각을 끝냈다. "네가 여기에 사는 동안, 난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을 거야." 그럼 수지의 인생에 참견하는 것이 아니겠지... "넌 참... 무심한 자식이야." 그러자 박민혁은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 "자기 여자친구가 여사친이랑 여기서 단독으로 살겠다잖아, 넌 남자친구로서 걱정도 안 되는 거야?" 그리고는 코웃음을 쳤다. 마치 화를 변우빈 얼굴에 내뱉는 것처럼. "나쁜 자식." "......" 거 참... 살다살다 박민혁이 애교 부리는 모습을 볼 날도 있다니. 하지만 그는 지금 애교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감추고 있었을 뿐이었다. 박민혁의 말투에는 김수지에 대한 걱정이 역력했다. 깊은 우려까지 느낀 변우빈은 굳이 본심을 폭로하지 않고 대답했다. "난 나쁜 놈이 아니야. 누군가가 여자친구를 관심하게 하는 기회를 주고 집세까지 내주면서 여자친구 옆집에 살라고 하는데 난 좋지." 박민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