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장
김수지는 아직도 그에 대한 실망감에 사로잡혀있어, 그가 단지 그녀와 함께 있어 주려고 여기에 앉아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한 끼 식사를 유난히 조용하게 마쳤다.
그녀는 입맛이 없어 생선만 몇 입 먹고는 나머지는 아예 다치지도 않았다.
도우미들이 식탁을 물리자, 박민혁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순두부 좋아했잖아?"
박씨 집안은 아침 식사로 순두부를 먹는 습관이 없다. 갑자기 먹고 싶다는 김수지의 말에 박민혁이 직접 운전하여, 한 시간 동안이나 헤매면서 작은 구멍가게를 찾아 사 왔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가 그한테 키스도 한 것 같은데?
그리고 그는 회사에 나가서야 자기 얼굴에 묻은 고수 가루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 후로 오랫동안 제휴 업체 사람들은 그한테 최상의 고수를 선물하기까지 했다.
옛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오던 박민혁은 고개를 들어 김수지를 바라보았다. "그저께 할머니 댁에서 말이야, 할머니가 해주신 수육이랑 간장게장도 별로 안 먹는 같던데, 혹시 입맛이 변했어?"
임신으로 인해 김수지의 식습관이 확실히 바뀌었다. 게다가 어떤 차가운 것들은 아예 근접할 수가 없고, 기름진 것은 더더욱 가까이할 수 없으며, 입맛이 시고 매운 쪽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엄청나게 조심하고 있었다.
입덧과 같은 메스꺼움이 목까지 치밀어 오르면 평소처럼 침착하게 화장실에 가서 꼭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구토를 했다.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봐.
하지만 박민혁은 매번 유달리 예리하기만 했다.
김수지는 가슴이 벌렁거렸으며 박민혁이 더 의심할까 봐 곧바로 말을 내뱉었다. "지난 3년간, 매일 아침 당신이 차려주는 양식을 먹는데 익숙해졌나 보죠."
그녀의 말이 끝나자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어깨를 으쓱하는 박민혁의 눈동자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한국 전통 음식을 좋아하면서, 덮어놓고 나한테 맞춰주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래서 이혼 얘기가 오간 뒤로부터 매일 주방에 이렇게 준비하라고 그가 시켰던 것이다. 보상 방법 중의 하나인 셈 치고.
사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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