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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장

지금처럼 그녀의 질문에 단순하게 정면으로 대답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이렇게 차분하게 대화를 나눈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았다. "다 됐어요." 이때 지현이 다가와 두 사람 사이의 조용한 분위기를 깼다. 박민혁이 커튼 안쪽으로 들어갈 공간이 없음을 확인한 후, 그는 검사지를 김수지에게 건네며 입모양으로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서 정상적인 목소리로 김수지와 교류했고, 박민혁을 굳이 회피하지도 않았다. "부인과 검사표도 다 작성했으니 지금 가서 검사할까요?" "둘이 가." 이번에 박민혁은 따라가려고 하지 않았다. 김수지는 이 말을 듣고 바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커튼 뒤로 비친 커다란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그녀는 오늘 그가 참 자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마치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녀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색다른 그런 자상함이였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감춰진 배려도 느껴졌다. 하지만 지현에게 떠밀려 병원 복도를 따라 안으로 들어갈 수록, 김수지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방금 박민혁에게 생겼던 호감들이 순간 엄청 많이 사라져버렸다. 특히 수술실을 지나갈 때, 그녀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의 불쾌함을 눈치 챈 지현은 일부러 그녀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별 다른 생각은 하지 말아요. 박민혁은 지금 수지 씨가 임신했다고 의심하지 않으니, 수지 씨는 지금은 아주 안전해요." 설령 안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원하면 그는 언제든지 그녀를 데리고 떠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이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말하는 순간, 친구도 아닌 사이가 될가 겁이 났기 때문이다. 지금 김수지가 이토록 그를 신뢰하고 있으니, 묵묵히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기분이 좋았다. "네." 김수지는 다시 한번 지현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하며 "나 때문에 박민혁이랑 아무 일도 없었던 척 해야 하니, 내가 너무 미안해요."라고 말했다. "미안하면 하은별에게 예쁜 드레스 많이 만들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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