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6장

김수지는 젓가락을 꺼내 쌀국수와 마라탕의 국물을 한 입씩 떠먹었다. 그리곤 국물에 적셔진 고기완자를 먹곤 만족감에 발가락까지 움츠렸다. 맛있어, 맛있어, 너무 맛있어! 김수지는 탐욕스럽게 음식을 집어 먹으며 식초까지 더 해 연신 들이켰다. 그렇게 점점 입맛이 돌아 그녀는 배달한 음식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그녀는 이렇게 많은 것을 한꺼번에 먹은 건 처음이었다. 두 가지를 다 먹지 못할 줄 알았는데. 김수지도 자신의 입맛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아마 오늘 하루 종일 박민혁 앞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푼 것 같았다. 배를 채우고 나니 김수지는 이제 쉬고 싶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잠을 참아가며 음식 포장지를 정리해 밖으로 들고 나가 쓰레기통에 넣었다. 이렇게 하면 박민혁에게 발각당하지 않겠지. 하지만 그녀가 다시 조심스럽게 방으로 돌아갔을 때, 침대 위에 누군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수지." 박민혁이 방안을 가득 메운 식초 냄새를 맡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요즘 입맛이 계속 변하는 거 같은데, 양도 많아지고." 박씨 집안에서 주는 밥으로는 배를 불릴 수 없다는 건가? 이렇게 몰래 배달까지 시키다니. 그것도 이런 몸에 좋지도 않은 불량음식을 시켜 먹다니. 김수지는 자신이 방금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것도 모르는 건가? 박민혁은 자신의 몸을 전혀 아끼지 않는 김수지를 보니 다시 화가 났다. 한편 김수지는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았다. 그는 박민혁이 왜 이 방으로 들어온 건지 알지 못했다. 이 방은 김수지의 방이었지만 사실 두 사람이 함께 지내던 방이었다. 김수지가 이곳에 있을 때, 박민혁은 들어오지 않는 방이었다. 그랬기에 김수지는 두 사람이 이런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박민혁이 그 침대 위에 누워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방금 그녀가 식초를 먹은 사실을 두고 얘기한 걸 보면 박민혁은 이상함을 알아차린 것일까? 젠장, 김수지는 박민혁이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아버렸을까 봐 두려웠다. 김수지는 생각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