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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장

김수지의 말을 들은 박민혁이 돌아서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보며 말했다. "내가 말했지, 이혼하고 싶으면 리얼하게 연기하라고. 이게 바로 네가 여기로 돌아와서 이 방으로 들어온 의의야." 말을 마친 그는 아주머니께서 정리하던 짐을 바라보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저씨." 집사는 주방장과 내일 먹을 음식을 얘기하다 박민혁을 보더니 잔뜩 긴장했다. 그의 이마에 다시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대표님..." "서재로 가죠." "제가 가겠습니다." 그때 진영이 말했다. 평소 그는 무슨 일이 있을 때에만 별장에서 지냈다. 오늘 떠나지 않은 진영을 보며 박민혁은 다시 두 부자를 번갈아 봤다. 그리고 무언가 알아챘다. "그래." 서재 문이 닫히자마자 진영이 박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진 집사는 몰래 서재 밖에 서서 귀를 문에 바짝 대고 안의 상황을 알아내려 애썼다. "진 집사님이 김수지를 싫어한다고." 박민혁의 날카로운 눈빛이 서재의 문을 향했다. 곧 소파로 자리를 옮긴 그가 차가운 눈으로 진영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에게 일어나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저 더욱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두 번째야, 겉으로는 내 말을 듣는 척하면서 뒤 돌아서면 쌩 까버리는 이런 행위." 진영은 박민혁이 말하고 있는 두 번이 무슨 일을 가리키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진 집사는 박민혁이 본가로 가기 전, 이미 진영에게 전화를 해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제 아버지께서 어리석은 짓을 했으니 대표님께서 처리하고 싶은 대로 처리하시면 됩니다." 진영은 변명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박민혁이 눈썹을 치켜뜨더니 기분을 알 수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지금 무릎 꿇은 건 무슨 뜻이야?" "제가 무릎을 꿇은 건 아버지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로서, 그리고 대표님의 비서로서, 박씨 집안의 도움을 받아 자란 아이로서 제때 아버지의 잘못된 행동을 막지 못한 점에 대해 잘못이 있다고 생각해 무릎을 꿇은 겁니다." 진영은 사과를 하고 있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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