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장

김수연도 김수지의 그런 모습에 홀린 것처럼 정신을 놓을 뻔했다. 박민혁은 무언가를 알아본 사람처럼 각박하고도 까만 눈으로 김수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내가 믿든 안 믿든 중요하지 않아, 사실이 중요한 거지." 김수지는 그 말속에 담긴 뜻을 알아들었다. 박민혁이 이런 말을 했으니 이제는 해결하기 쉬웠다. 김수지는 급하게 몸을 펴지 않고 오히려 바닥 위로 앉았다. 그녀는 여전히 김수연과 같은 높이에서 김수연을 향해 턱을 들어 올렸다. "이렇게 말해봤자 끝나지도 못할 거야, 누가 누굴 걸 베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박민혁이 사실이 중요한 거라고 말했으니까 지금 여기서 디자인해 보자, 누구 실력이 더 나은지 한번 비겨보자고, 그러면 누가 누굴 걸 베꼈는지 알게 될 거야." 각자의 실력을 비겨보자는 말을 들은 김수연은 조금 당황해 얼른 반대했다. "이건 공평하지 않아, 다시 디자인하면 언니는 당연히 내 걸 안 베끼겠지. 그리고 이번 원고 유출도 내 목이 이렇게 된 것처럼 흐리멍덩하게 지나갈 거야..." 김수연의 목... 그 말을 들은 박민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김수지가 병원 복도에서 소리쳤던 그 말이 생각났다. 그녀는 박민혁이 조사하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박민혁이 조사하지 않은 것이었다. 박민혁도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자꾸 이 일이 그냥 이렇게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연아, 목 그렇게 된 거 억울하면 다시 조사할 수도 있어." 박민혁이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김수연을 보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김수연은 다시 당황했다. "오빠 매일 저 데리고 병원에 와서 검사하는 것도 이미 충분히 귀찮은데 그 일로 오빠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그렇게 둬요." 하지만 박민혁은 똑똑한 사람이었다. 김수연이 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그의 심장은 차갑게 식었다. 김수연은 그가 기억하고 있던, 목숨 걸고 자신을 구하던 그 여자아이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