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2장
그래, 차라리 잘 되었다. 이렇게라도 김수지에게 조금이나마 그의 본모습을 보여주게 되었으니. 재벌이라 해서 함부로 그의 여자를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그녀가 알게 됐으니 그것으로 된 것이다.
등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박민혁은 텅 빈 계단 입구를 바라보다가 그의 품에서 버둥대는 김수지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너무 울어서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보며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덤덤하게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내가 수술실까지 데려다 줄게.”
그는 김수지와 지현이가 함께 만들어낸 더러운 종자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꼴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그래야만 불쑥불쑥 치밀어 오르는 살의를 억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그래야만 김수지를 통째로 그의 몸속에 구겨 넣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수지의 표정은 절망에 가까웠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이제 곧 아기를 잃게 된다고 생각하니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렀다.
“왜? 싫어?” 눈물 흘리는 그녀를 보며 박민혁은 분통이 치밀었다.
지현이의 비겁한 본색을 다 알고 나서도 그녀가 왜 이 아이를 남겨두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네가 싫다고 해도 아무 소용없어.”
그는 김수지가 지현이 같은 비겁한 남자와 함께하는 꼴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지현이의 아이를 낳는 것은 더더욱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고개를 든 김수지는 그의 날카로운 턱선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좋아하건 싫어하건 언제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적이 있었나요? 민혁씨가 한 번이라도 제 마음을 헤아려준 적이 있었나요?”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그녀의 의견 따윈 안중에도 없이 뭐나 다 제멋대로 했다.
이 얼마나 잔인한 진실인가.
김수지는 박민혁에게 안겨 수술실로 가는 동안 계속 소리 없이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마치 중요한 무언가와 작별인사를 하듯이 말이다.
그녀가 흘린 눈물이 박민혁의 셔츠를 흥건히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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