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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장

"젠장." 홧김에 안소희는 욕까지 내뱉었다. "설마 김병호가 그 계약을 이용하여 너를 도로 협박하는 거 아니야? 1조 6천억을 김 씨 집안에 빚지게 말이야." "그런 의도는 있는 거 같아." 김수지는 무기력하게 말했다. "말로는 김 씨 집안을 도와 그리고 김수연을 도와 정의를 추구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는 그녀를 한 번도 딸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김수연을 위해서라면,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김 씨 집안 사람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아니지." 안소희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며 의혹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김병호가 아무리 화가 난다 해도 네가 그 큰 돈을 가지고 박민혁의 빚을 갚아 그 사람과 사이를 끊으려고 하는 정도는 알 거 아니야. 네가 이혼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게 그 집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 아니야? 그런데 지금 왜 돈을 주지 않으려는 거지?" "나도 모르겠어." 김수지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내 말이 너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김수연 목소리도..."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원 입구로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순수한 검정색 롤스로이스. 박민혁 소유의 자동차 중 하나였다. 김수지는 자신의 산전 검진 목적을 떠올리고 곧바로 초조하게 돌아섰다. "박민혁과 김수연이 왔어!" 안소희도 깜짝 놀라 김 씨 집안이 돈을 주지 않는 원인에 대한 생각을 접고 바로 김수지를 따라 호랑가시나무 뒤에 숨었다. 두 사람은 박민혁 일행이 외과 빌딩에 들어간 후에야 천천히 걸어나와 산부인과 빌딩으로 들어갔다. "박민혁이 왔으니 변우빈 사무실도 위험해." 김수지는 말했다. "우리 여기서 기다리자. 만약 박민혁이 변우빈을 찾으러 갔다가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리고 박민혁한테 무언가 걸리기라도 하면 일이 더 복잡해질 것이다. 안소희도 동의했다. "알았어. 내가 변우빈한테 문자로 상황설명 할게. 우리가 사라진 거 보고 당황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변우빈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김수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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