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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3화

"비켜주세요!" 신세희는 민정연을 쳐다보지도 않고 혐오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이런 할 일 없이 배불리 먹고만 사는 부잣집 딸들이 제일 싫었다. 민정연은 신세희의 앞길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돈이 많이 부족한가 보지?” “이건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죠!” 민정연도 화를 내지 않고 말했다. "네가 높이 올라가고 싶지만 가난에 시달리는 여자라는 걸 알고 있어. 부 씨 집안이 부소경 도련님을 위해 마련한 집안 모임에 종업원으로 들어간 것은 정말 야심찬 생각이었고, 넌 그걸 발판으로 삼고 싶었겠지. 하지만, 그 날 넌 부소경한테 이용당한 거야.” 신세희은 이런 여자를 상대하고도 싶지 않았고, 그저 밀크티만 들고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민정연이 문 앞을 막고 있어서 지나갈 수가 없었다. "네가 보는 눈이 있네.” 민정연이 말했다. "연회에서 첫눈에 내 사촌 오빠인 서준명을 잡았던데. 넌 모를 거야, 서 씨 집안은 남성에서 부 씨 집안에 버금가는 명문 귀족이고, 게다가 또 매우 엄격하지. 우리 서 씨 집안의 할아버지는 사촌 오빠가 어떠한 관계도 맺게 하지 않으실 거라고. 그러니까, 우리 사촌 오빠가 너한테 잘해주긴 하지만 너한테 한 푼도 빌려주지 않을 거야.” 민정연의 이 말은 신세희의 가슴에 가시가 박힌 듯 따가웠다. 그날 부소경의 연회에서 그녀가 서준명에게 돈을 빌린 것이 얼마나 우스운 짓이었는지 신세희는 다시 한번 느꼈다. 아마 그들 같은 상류층에서 그녀의 이름이 이미 알려졌을지도 모른다. 가난한 여자가 처음 보는 부잣집 도련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다니, 겨우 40만 원 정도이긴 하지만 말이다. 정말 찬밥 더운밥 가릴 여유조차 없는 바보가 따로 없었다. 신세희의 얼굴에는 다짜고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난감함이 있었지만, 그녀는 줄곧 표현과 변명을 대충 했다. “당신 입 냄새나요.” 그녀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뭐라고?” 민정연은 이 궁상맞은 여자의 독설을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 “입 냄새가 지독하다고요!” 신세희는 다시 한번 더 강조했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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