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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에일리는 마치 죽은 돼지처럼 끌려 나갔다. 겁에 질렸다는 표현만으로 남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죽음의 냄새가 끊임없이 그들의 코끝을 찌르는 것만 같았다. 부소경은 뱉은 말을 꼭 지키는 사람이었다. 이윽고 네 명의 남자에게 그의 싸늘한 시선이 닿았다. 조의찬, 서준명, 구서준, 다니엘은 귀부인들처럼 오줌을 지리거나 하는 추태를 보이진 않았다. 부소경이 그들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조의찬은 평온한 얼굴로 의연하게 입을 열었다. “죽이든 살리든 형 마음대로 해. 날 잘근잘근 다져서 똥통에 처박아도 괜찮아. 그렇지만 우리 엄마는 형의 고모잖아. 게다가 우리 부모님은 6년 전에 부씨 집안의 가족 싸움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부모님들은 내버려 두면 안 될까?” “할 말 끝났어?” 부소경이 짧게 반문했다. “아니.” 조의찬이 받아쳤다. “계속해봐.” 부소경이 차갑게 코웃음 쳤다. “신세희를 놔줘, 불쌍한 여자야. 형, 우리는 모두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세희 씨는 아니야. 어릴 땐 남의 집에 얹혀살았고, 나중엔 감옥에도 가고 홀어머니 밑에서 평생 고생했어. 그런데 이젠 형 옆에서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해. 임서아에겐 정부 취급이나 당하고 있고, 여기 여자들한텐 온갖 모욕을 당했어. 도대체 세희 씨가 뭘 잘못했는데? 반격할 힘조차 없는 연약한 여자를 꼭 괴롭혀야겠어? 게다가 세희 씨는 형의 목숨을 구해주기도 했고 형을 위해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까지 낳아줬잖아. 인제 그만 세희 씨를 놓아줘. 만약 형이 세희 씨를 놓아준다면, 산 채로 내 살을 발라내도 괜찮아. 편히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아도 돼, 화풀이하고 싶다면 계속 날 괴롭혀도 상관없어. 신세희만 풀어준다면 난 형의 개노릇도 할 수 있어.” 조의찬의 말을 들은 신세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만 해요!”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부소경을 힐끔 바라보았다. 늘 눈앞에 놓인 자신의 상황에 초연했던 그녀였지만, 조의찬의 말을 듣는 순간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저렸다. 신세희는 강철로 빚어진 사람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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