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신세희는 임서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담담하게 부소경을 쳐다볼 뿐이었다. “방에 짐만 놓고 바로 나올게요. 세, 네시간 뒤에 돌아올 테니까… 하던 거… 계속하세요.”
그녀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녀의 표정은 무척이나 평온했다.
하지만 부소경은 그녀의 말에서 거리감과 냉정함, 결연함과 처량함을 느꼈다.
그 느낌이 부소경의 소유욕을 불러일으켰다.
그녀가 이미 자신의 의도를 밝혔음에도, 그녀가 자신을 어머니를 속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가 배 속에 있는 아이로 자신을 해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부소경은 여전히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안 그래도 별로였던 남자의 얼굴이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신세희는 짐을 방에 두고는 얼마 남지 않는 자신의 돈을 세어보았다. 그녀는 그중에서 천원을 꺼내더니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번에 그녀는 부소경과 임서아를 쳐다보지 않았다.
문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닫혀 버렸다.
임서아가 투덜대며 그에게 말했다. “세희 쟤 또 남자랑 뒹굴러 갔나 봐요. 쟤 자주 저러거든요...”
“꺼져!”
놀랐는지 임서아가 펄쩍 뛰었다. “소경 오빠, 방금 뭐라 그랬어요?”
불과 반 시간 전 까지만 해도 직접 차를 몰아 그녀에게 디저트를 사줬는데.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종류별로 다 사주고 그랬는데.
지금은 나보고 꺼지라고?
“집으로 꺼져!” 부소경이 차갑게 말했다.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살인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
임서아는 부소경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부씨 집안 전체를 쓸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떨리는 목소리에 그에게 말했다. “소경 오빠, 그… 닭곰탕 잊지 말고 꼭 먹어요. 바로 갈게요.”
말을 끝낸 후, 그녀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후에야 임서아는 감히 숨을 들이켤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악랄하고 변덕스러울수록 부소경에 대한 임서아의 미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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