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똑바로 들어요!” 남자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내 방에 또 쳐들어오면 죽여 버릴 거예요!”
그녀는 길 잃은 사슴처럼 눈을 깜빡이며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몸을 돌려 침대 맡 서랍에서 청록색 팔찌를 들고, 신세희를 들어 안고 나갔다. 그리고 신세희의 방에 그녀를 내려놓고 팔찌를 채워줬다. “내일 이거 차고 우리 엄마 만나러 가면 좋아하실 거예요.”
“아… 알겠어요.” 그녀는 가녀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남자는 뒤돌아 나갔다.
신세희는 그제서야 빠르게 방문을 닫았고, 방문에 기대어 바닥에 주저 앉아 숨을 골랐다.
그녀는 자신이 지옥문에 갔다 온 것 같았다.
별 일이 없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혼자서 평정심을 되찾은 뒤 그녀는 유리구두를 벗고 간단하게 씻은 뒤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출근 첫 날이기 때문에 꼭 컨디션 조절을 해야만 했다.
다음 날. 신세희는 아침 일찍 일어나 병실에 하씨 아주머니를 보러 갔다. 그녀는 일부러 팔찌를 착용했고 쑥스럼을 탔다.
하씨 아주머니는 역시 그 팔찌를 보고 기뻐했다.
신세희는 그녀와 잠깐만 대화를 하고 나갈 생각이었다. “어머님, 제가 오늘 출근해야 돼서 오래 못 있을 것 같아요, 저녁에 다시 올게요.”
“세희야, 이제 겨우 신혼 2틀째인데 출근해도 되겠어?” 하씨 아주머니 이해가 안돼서 물었다.
신세희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어머님이 저한테 결혼을 서두르라고 하셨잖아요? 저는 이제 막 일자리를 찾았고, 마침 일도 제가 좋아하는 건축 디자인이에요. 제 꿈인 거 아셨잖아요.”
“알겠어. 좋아하는 일 찾아서 축하해. 얼른 가 봐. 퇴근하고 나한테 오는 거 잊지 말고.” 하숙민은 그녀를 아끼는 말투로 말했다.
신세희는 순조롭게 새 회사에 출근을 했다.
그녀는 일터에 도착한 뒤 디자인 부서의 직원이 그녀에게 자리를 배치해주었고 적응할 시간을 주었다. 실질적으로 일터에 오니 그녀는 엉망이었다.
하지만 신세희는 기뻐했다.
그녀가 받는 건 디자이너 보조 수준의 월급이었고 일반인들보다 많이 받았다. 이곳에서 1달을 채우면 그녀는 월급을 받을 수 있었고, 그럼 두번째 산검을 할 돈도 생기고, 차표를 사서 고향에 돌아가 엄마의 죽음을 조사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이 얼마나 고되어도 상관없었다.
3일 연속으로 신세희는 일을 열심히 했다.
매일 아침 하씨 아주머니에게 들리고, 낮에는 또 일을 하고 퇴근하고 또 다시 하씨 아주머니를 보러 갔다. 3일 정도 이걸 반복하고 나니 밥도 안 먹고 싶어져 침대에만 누우면 잠이 왔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평소에 출근했던 시간보다 집에서 1시간 늦게 나왔다. 신세희는 얼른 일어나서 세수와 양치를 하고 버스를 타러 뛰어간 뒤, 병원에서 하씨 아주머니와 몇 마디 하지 않고 바로 뛰쳐나왔다.
늦지 않고, 상사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일터로 뛰어갔다.
거의 도착할 때쯤 모르는 사람과 부딪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급해서요.” 신세희는 황급히 사과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부딪힌 남자는 태양이었다.
태양은 신세희의 뒷모습을 보며 음훙하게 웃었다. “제가 당신을 며칠을 찾았는데 여기서 이렇게 쉽게 만나네요…”
태양은 신세희를 따라갔고, 그녀가 일터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자 임서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가씨, 필요한 사람 찾았습니다. 이 사람 뭐하고 있는지 아세요? 건설하는 곳에서 노동하고 있어요. 이건 다 남자들이나 하는 일인데, 이 사람이 남편분을 뺏으려는 게 맞나요?”
임서아는 차갑게 웃었다. “신세희가 건설 바닥에서 노동을 한다? 하하! 진짜 웃겨 죽겠네! 내 남편이랑 내 행복을 뺏으려는 사람 맞아요. 근데 내 약혼자가 어떻게 저런 사람을 좋아하겠어요?”
“그래도 죽일까요?” 태양은 또 물었다.
“당연하죠! 목숨뿐만이 아니라 재미도 볼 거예요. 저번에 내가 직접 눈 앞에서 갖고 놀 수 있게 해줄 수 있다고 했잖아요?” 임서아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물었다.
“돈만 제대로 주시면 뭐든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태양이 말했다.
“그거 참 좋네요. 헤헤!” 임서아는 너무 만족스러웠다.
이왕 부소경이 자신의 엄마 곁은 지켜줄 일꾼으로 쓰는 거라면 임서아는 신세희가 죽기 전에 그녀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그녀는 곧 신세희가 놀라고, 고통받고, 마음 아파 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하!
신세희는 퇴근 시간 후 버스를 기다리다가 번호판도 없는 봉고차에 의해 잡혀가다. 이 봉고차는 신세희를 낡은 창고에 넣은 뒤 가면을 벗겨주었다.
신세희는 극강의 공포를 느꼈다.
며칠 전, 부소경의 안방에서 꾼 악몽이 현실이 되었고, 그녀는 정말로 악당들에게 남치를 당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는 검고 거친 피부를 가졌고 딱 봐도 잔인하게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사람이었다. 남자는 신세희 손목에 있던 팔찌를 뺏었고 부하에게 말했다. “얘 건들이지 마!”
“형님, 어차피 죽을 사람인데 동생들 재미 좀 보게 해주시죠!” 어떤 부하가 옹졸하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신세희는 절망적으로 눈을 감았고, 눈물 두 방울이 떨어졌다.
“당연히 실컷 재미 보게 해줘야지. 근데 이 여자는 아직 우리 인질이기 때문에 이따가 아가씨 보시면 직접 보여드려야 해. 그때가서 처리해도 안 늦어. 아직까지는 털 끝 하나라도 건들이지 마!” 태양이 명령했다.
“넵, 형님!” 아무도 태양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다.
태양은 지시를 한 뒤 팔찌를 챙겨 가격을 물어보러 갔고, 그제서야 이 팔찌가 몇 천 만원짜리 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게다가 어떤 가게들은 출처도 안 묻고 바로 현금으로 바꿔 주겠다고 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태양은 바로 팔찌를 팔았다.
하지만 그가예상치 못한 건, 그가 팔자마자 이 팔찌를 매수한 가게 사장은 부소경에게 연락했다.”도련님, 팔찌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그 팔찌를 판 사람 몸에 위치 추적기를 달아 놨으니, 그 사람을 따라가면 신씨 아가씨를 찾을 수 있으실 겁니다.”
“잘 감시해요! 금방 갈 게요!” 부소경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이번에 그는 무조건 신세희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셈이었다!
돈을 받고, 부소경은 제일 힘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태양의 위치를 따라 낡은 창고에 도착했다. 주변은 다 창고밖에 없어서 조용히 진입했다.
이때 창고 안. 임서아는 두 눈을 부릅뜨고 손에 있던 검사지 하나를 보고 있었고 그걸 보자 신세희의 뺨을 무섭게 때렸다. “미친! 결국 임신했구나! 신세희 넌 죽어야해!”
이 결과지는 임서아가 신세희에 가방에서 꺼냈다.
신세희는 시멘트 기둥에 묶여 있었고,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선 절망이 가득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임가네에서 바라던 대로 제가 임신했어요.”
임서아는 미친듯이 웃었다. “신세희, 내가 이거 누구 아이인지 알려줄까? 아님 네가 맞춰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