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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신세희는 멍해졌다. 이제서야 오늘은 부소경과 임서아의 약혼식이라는 걸 생각해냈다. 엊그제 신세희는 임씨 집에 돈을 갚으러 갔을 때 임지강한테 들었던 얘기였다. 눈을 들어 임서아의 옷차림을 보았고, 그녀는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었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귀걸이를 착용하고, 머리 위에는 화관이 씌어 있었다. 임서아의 모습은 마치 선녀가 세상에 내려온 것만 같았고, 그녀야말로 오늘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신세희 그녀는,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보니 흰 셔츠에는 벽돌 가루가 묻어 있었고, 검은 치마에는 보풀이 일었다. 나는 여기에 밥을 먹으러 온 건가? 부소경은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거야! 그와 임서아의 약혼식이 그녀와 무슨 상관이길래, 왜 그녀를 이곳에 해서 망신을 당하게 하는 걸까?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신세희는 담담하면서도 애처롭게 임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내가 여길 뭣하러 왔지?” “너, 신세희! 정말 뻔뻔해! 오늘은 나랑 부소경과의 약혼식이라고! 네가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걸을 때마다 절뚝거리는데, 도대체 몇 명의 남자들이랑 뒹굴다가 와서 오자마자 재수 없게 구는 거야! 당장 꺼져버려!” 임서아는 신세희를 갈기갈기 찢을 수 없다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녀가 부소경과 약혼식을 올리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 부소경은 떠벌리는 것을 싫어하기에 줄곧 그녀에게 가만히 있으라 했고, 이 약혼식도 부소경은 임 씨 집안에 알리지 않고 아버지가 직접 알아낸 것이었다. 다행히 임 씨 집안에는 재산이 많았기에 하루 만에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었고, 임서아는 웨딩드레스와 액세서리를 주문했다. 허영의 드레스와 임지강의 양복은 모두 천만 원단위의 사치품이었다. 임 씨 네는 절친한 친구들까지도 약혼식에 초대했다. 약혼식 같은 경사는 아물 조용하게 치러도 친한 친구 두서너 명 정도는 초대해야지 않겠는가. 허영은 대문에서 몇몇 절친한 친구들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다. “부 씨네 집안은 운성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 부소경 도련님은 매우 겸손한 분이지. 아휴, 이 장모님은 부소경 도련님의 이런 침착함을 좋아한다니까.” “임 여사, 서아가 운성의 최고 갑부 집에 시집을 가다니, 정말 복받았어. 너무 축하해, 앞으로 우리 친지들도 덕을 봐야겠네.” 허영의 친구들은 웃는 얼굴을 하며 그녀에게 아첨했다. 운성의 부 씨 집안과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운성을 한 바퀴 돌 수 있을 정도로 많았지만, 누가 이 복을 받았는지는 봐야 한다. 이 복을 받은 사람은 자연히 누군가가 아첨을 한다. 임 씨 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몇몇 부인들은 한창 아첨을 하고 있었고, 문 앞에서 부소경을 맞이하려는 임서아가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들었다. “경비, 여기 이 망할 물건 좀 내쫓아요!” 임지강과 허영이 곧이어 걸어 나왔고, 신세희를 발견하자 부부는 화가 잔뜩 나서 말했다. “신세희 너 정말 대단하구나. 틀림없이 그저께 우리 집에서 부소경과 서아의 약혼 소식을 듣고 망치려고 온 거겠지?” 허영은 살찐 손가락을 치켜들고는 신세희의 얼굴을 퉁명스럽게 찔렀다. “너희들 얘 좀 봐! 이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방금 막 거사를 치르고 온 모양이지? 네가 저녁 장사를 전문으로 한다고 한 걸 잊고 있었네, 장사를 마치고 이쪽으로 와서 우리한테 무슨 액운을 씌우려고? 신세희, 우리한테 폐를 끼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쳐, 하지만 네가 부소경을 건드린다면 넌 이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어.” 허영은 가장 비열한 말로 신세희를 폄훼하면서 부소경을 내세워 행패를 부렸고, 그녀의 친구들도 한마디씩 신세희를 비난하고 욕하기 시작했다. “네가 여기 와서 임서아와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해? 듣자니 네가 임서아의 집에서 8년 동안 키워졌다는데, 독사 한 마리를 키운 격이구나!” “이곳에 와서 장사를 하려는데 잘못 찾아왔어. 이곳에 출입할 수 있는 남자는 아무리 궁해도 너 같은 폐기물은 찾지 않으니 이주 노동자들이 모이는 곳에나 가서 찾아보라고.” “아직도 안 꺼지다니! 모자란 것 같으니라고! 임서아의 행복을 파괴할 생각만 하고, 너는 무슨 생각으로 감옥에서 죽지 않은 거야? 빨리 꺼지지 못해! 부소경이 와서 너를 시체도 못 찾게 없애기 전에 꺼지라고!” 임지강은 모질게 그녀를 밖으로 밀었다. 이 순간, 신세희는 사람을 물어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왜, 왜 부소경은 그녀를 이곳에 오게 한 걸까! 그때, 뒤에서 냉소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거지도 아니고, 당신들이 말하는 더러운 여자도 아닌 내 여자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신세희의 뒤를 바라보았다. “조의찬 도련님?” 임서아가 가장 먼저 놀라 소리쳤다. “임서아 씨, 부소경의 약혼녀가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조의찬의 눈이 임서아를 향해 반짝였다. “조 도련님, 당신과 저 여자는……” 임서아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맞습니다, 신세희 씨는 제 차에서 내렸어요. 그녀는 오늘 저와 부소경 넷째 형님의 약혼식에 참석한 내 여자친구입니다. 조의찬은 팔을 뻗어 신세희의 어깨를 감쌌다. 신세희는 힘없이 조의찬을 향해 몸을 기댔고, 차가운 눈빛으로 임서아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임서아 씨, 임지강 선생님, 임 부인, 죄송하지만 저는 오늘 당신들의 약혼식에 온 조 도련님의 파트너입니다.” “따라 들어와!” 힘센 큰 손이 갑자기 신세희의 팔을 잡고는 조의찬의 품에서 끌어냈다. 신세희는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부소경이 있었다. “도련님, 드디어 오셨군요. 오늘 제 웨딩드레스 예쁜가요?” 임서아가 다급하게 물었다. “도련님, 보세요. 약혼식을 조용하게 치러야 한다고 해서 저희는 감히 사람을 초대하지도 못했는데 저 신세희는 어떻게 알았는지……” 허영은 웃는 얼굴과 함께 설명했지만,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부소경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고, 허영은 감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당신들은 여기 왜 온 거지?” 부소경은 임 씨네 집안사람들을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와 신세희의 이번 약혼식에는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고 자신과 신세희, 목사와 그의 어머니만 있었다. 이 약혼식은 그저 어머니의 소원을 성취해 드리기 위함이었다. “뭐라고요?” 임서아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빨리 돌아가!” 부소경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눈으로 임서아를 바라보았고, 임 씨네 집안사람들과 친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부소경은 차가운 검은 눈동자로 다시 조의찬을 바라보았다. “네……넷째 형님. 지금 잡고 있는 건 제 여자……” 조의찬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부소경은 신세희의 팔을 더욱 세게 붙잡으며 말했다. “빨리 나랑 들어가서 웨딩드레스 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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