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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신세희의 침실은 매우 어수선했다. 문을 들어서자 커다란 뱀가죽 파우치가 열려 있었고, 마치 노점상을 차린 것처럼 뱀가죽 파우치 안은 옷가지들이 뒤엉켜 있었고, 침대 위에도 옷들이 널려 있었다. 부소경이 자세히 보자 이 옷들은 매우 싸거나 낡아서 걸레짝 같았다. 방 안이 이토록 어지럽혀져 있자, 설마 신세희가 1억 원을 가지고 도망이라도 친 건지 의심이 들었다. 부소경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문을 닫은 뒤 차 키를 들고 곧장 하숙민이 있는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하지만 신세희는 병원에 있지 않았고, 부소경은 휴대폰을 꺼내 신세희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를 속이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이제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어머니를 속이는 것은 부소경의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일이었다. 그때가 되면 그는 운성을 피로 물들여서라도 신세희를 찾을 것이다! 신호음이 한 번 울린 뒤 신세희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약간 흥분된 말투로 말했다. “부소경 씨, 저 오늘 아직 하 씨 아주머니한테 가지 않았어요. 밖에 일이 좀 있어서 조금만 있으면 으면 곧 다시 돌아갈 거예요.” “어디야!” 부소경은 화를 최대한 억누르며 물었다. “나는……운성 서남 근교의 한 공사장에서……” 신세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소경은 그녀의 말을 잘랐다. “두 시간 내로 병원 부근에 있는 루원 중식당을 와. 신세희! 내가 너한테 1억을 줬다고 해서 내가 마음씨가 착하다고 생각하지 마.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와의 계약 기간 동안 네 가장 큰 임무는 어머니를 기쁘게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루원 중식당 맞죠, 두 시간 안에 꼭 갈게요!” 신세희는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녀는 지금 한 공사현장에서 철근 굵기 문제를 검사하고 있었고, 이것이 그녀가 지원한 회사의 마지막 면접 문제였다. 신세희는 어젯밤 3시까지 밑그림을 그렸고, 두 시간밖에 못 자고 일어나 옷을 골랐는데, 고르고 골라도 단정한 옷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낡은 8부 검정 스커트와 흰색 셔츠를 골랐고, 반하이힐을 신고 일찍 집을 나섰다. 5킬로미터를 걸어서 직행버스를 타고 면접을 보러 갔다. 회사에 도착하자 채용 담당자는 신세희의 옷차림을 보고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신세희 씨, 디자이너를 지원하러 오신 건가요, 아니면 청소부에 지원하신 건가요?” 신세희의 얼굴이 순간 빨개졌다. 그녀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가방에서 원고 뭉치를 꺼내 직원 앞에 내밀었다. “이건 제가 모두 직접 그린 건데, 주택 유형과 적재량, 사용한 철근 종류까지 모두 표기해 두었습니다.” 채용 담당자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고, 한참 만에 말을 꺼냈다. “매우 훌륭하시네요.” “하지만 현장 능력을 더 시험해 봐야 합니다. 만약 현장 시험에서 통과하시면 채용이 됩니다.” 채용 담당자가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신세희는 채용 담당자와 함께 남교의 공사 현장으로 왔고, 그녀는 현장 시험을 마친 뒤 부소경에게 전화가 왔던 것이다. 그녀는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고, 또 하 씨 아주머니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막 돌아서려는데, 그녀를 채용한 이 씨 지배인이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 “신세희 씨, 여기 좀 도와주세요.” 신세희는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이 작은 중공 벽돌들을 저쪽으로 좀 옮겨주실 수 있나요?” 이 씨 지배인이 대충 설명을 했다. 신세희는 방금 구한 일이 수포로 돌아갈까 봐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대답했다. 깡마른 모습을 한 여자가 벽돌을 이리저리 옮기고 있자, 길가의 스포츠카 안에 있는 남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 이상 초라할 수도 없는 저 옷이랑, 앞머리 없는 단발머리에 민낯인 작은 얼굴은 밍밍하기 그지없네. 저 여자는 딱 봐도 잔인할 정도로 자신을 자제시키고,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것 같군. 시언, 내가 저 여자를 침대에 눕히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맞춰봐, 분명 미칠걸!” 조의찬은 히죽히죽 웃으며 서시언에게 말했다. 그러자 서시언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의찬아, 네가 침대로 데려온 여자를 셀 수 있기나 해? 저 여자는 딱 봐도 보수적인 시골 처녀인데, 네가 건드리면 넘어오게 할 자신은 있고?’ “난 아직까지 나한테 안 넘어온 여자를 본 적이 없어!” 조의찬은 피식 웃으며 신세희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백여 개의 중공 벽돌은 많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신세희는 임신 중이었고 하이힐을 신고 있었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옮길 수 없어서 다 옮기는 데 30분이나 걸렸고, 힘들지는 않았지만 발뒤꿈치가 아파졌다. 중공 벽돌을 옮긴 뒤, 신세희는 절뚝거리며 길가로 걸어가 버스를 기다렸다. 십여 분, 한 시간이 훌쩍 지나는 것을 본 신세희는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그때 은회색 스포츠가 한 대가 신세희 앞에 멈춰 섰다. “아가씨, 시내로 돌아가나요? 태워 줄까요?” 신세희는 그들에게 대꾸도 하지 않고 스포츠가 안의 남자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그녀는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이 매우 심했다. “저는 이 부동산 개발회사 사장의 아들이에요.” 조의찬이 말을 마치자, 먼 곳에 있던 지배인에게 소리쳤다. “이 씨, 이리 와!” 이 씨 지배인은 굽신거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조 도련님, 무슨 분부하실 일이라도?” “여기가 새로 뽑은 직원인가요?” 조의찬이 물었다. “맞습니다, 도련님.” “여긴 버스 타기가 어려우니, 마침 내가 돌아가려고 하니까 여기 아가씨도 같이 데려가죠.” 조의찬은 신세희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고, 이 씨 지배인은 신세희에게 주의를 주며 말했다. “신세희 씨, 도련님께 감사 인사를 드려야지요?” 그러자 신세희는 입술을 깨물며 마지못해 말했다. “감사합니다.” 차는 곧장 시내로 운전해 갔다. 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밖만 바라보았다. “그 사람들이 당신을 인기 상품으로 여기고 있네요.” 조의찬이 갑자기 말을 꺼내자, 신세희가 물었다. “무슨 말이죠?” “이 씨가 왜 당신한테 중공 벽돌을 옮기라고 한 줄 아세요? 그림을 그릴 줄도 알아야 하고 벽돌도 옮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조의찬은 백미러를 통해 신세희의 반응을 관찰했다. 신세희의 밋밋한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그녀는 자신의 일에 대한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아직도 이 일을 원하나요?” 조의찬이 물었고, 그녀는 “원해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의 주위를 둘러보면 어떤 여자든지 그의 비위를 맞추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이 초라한 여자는 그와 이야기하기 귀찮아했다. 조의찬은 마음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조만간, 내가 너를 손에 넣고야 말겠어!’ 냉담하던 냉담하지 않던, 때가 되면 달라지겠지! “아가씨, 어디 가시나요? 저는 끝까지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서 목적지까지 모셔다드리죠.” 조의찬이 물었다. “음……회중로 근처에 루원 중식당이라고, 아시나요?” 신세희는 되물었고, 그녀는 부소경이 왜 그녀를 이 중식당으로 불렀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녀는 이 주소라는 것은 확신했다. 식당은 매우 작았기에 조의찬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차에는 내비게이션이 있었기에 내비게이션을 켜고 한 시간쯤 달린 뒤 루원 중식당 앞에 도착했다. 신세희는 다급해져서 온몸에 땀이 났고, 차가 멈추자 내린 뒤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식당 입구로 달려갔다. “신세희! 네가 왜 왔어!” 입구에는 혼례복을 입은 임서아가 문을 막아서며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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