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4화
당장 꺼지라는 부소경의 말을 들은 신세희는 가슴 한쪽이 유난히 따끔거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의연하게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2천만 원만 주면 당장 꺼져 줄게요."
"이 도시에 얼씬도 하지 마."
"당연하죠."
신세희가 맞받아쳤다.
몸을 일으킨 부소경은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면서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
꼭 누군가를 죽여야 할 것처럼 속이 너무 갑갑했다.
병실은 나선 부소경은 문밖에 서 있는 엄선우를 보았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부소경이 물었다.
"넷째 도련님, 오전에 은행에서 개인 계좌로 10억 인출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신세희 씨에게 주려던 10억 말입니다. 방금 은행 측에서 준비가 다 되었는데 언제 찾으러 오시겠냐고 문의가 왔습니다."
엄선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필요 없어."
부소경은 병원 밖으로 나가면서 싸늘하게 말했다.
"네?"
엄선우는 모른 척 되물었다.
"안 받겠다잖아!"
"......"
엄선우는 신세희가 너무 안타까웠다.
바보 같으니라고, 어떻게 10억을 마다할 수 있단 말인가!
달라고 해도 안 줄 것 같다니?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부소경을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다.
그는 여태 한 번도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엄선우는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릴 뿐 입도 벙긋 못한 채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부소경을 따라 급히 걸음을 옮겼다.
부소경이 차에 오르고, 병원을 막 나서며 엄선우가 어디로 갈 거냐고 물으려던 때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고객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웨딩드레스 전문 업체입니다. 며칠 전에 약혼할 때 저희 가게의 웨딩드레스를 착용하셨는데, 그때 고객님께서 말씀하시길 곧 결혼식을 올릴 거라며, 다시 저희 가게의 웨딩드레스를 착용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마침 저희 가게에 신상이 들어왔는데 혹시 약혼녀분과 함께 보러 오시겠어요?"
상대가 매우 정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부소경을 쌀쌀하게 대답했다.
"필요 없어요."
"네?"
"금액은 예정대로 지불하겠습니다. 웨딩드레스는 그쪽에서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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