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화
”좋아요.” 신세희의 말투는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어디 갈 건데요? 어디서 기다릴까요?”
조의찬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당신이 출근하는 회사 앞에서 기다려요.”
“네, 알겠어요.” 신세희는 무척이나 고분고분했다.
조의찬은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민정연과 눈이 마주쳤다. 민정연은 웃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내 앞에서 대놓고 라이벌이라고 말한 거… 날 선택한다는 뜻 맞죠? 아닌가요?”
조의찬은 차갑게 웃었다. “나도 알아요. 어떤 여자가 놀다 버릴 여자인지, 어떤 여자가 결혼할 여자인지. 당신이랑 결혼하면 아마 외할아버지가 두손 두발 다 들면서 찬성할 거예요. 당신이 나한테 시집오겠다고 하면 서씨네 할아버지도 엄청 좋아할 거고요. 우리 형은 이미 약혼식을 올려버렸으니까. 안 그래요?”
민정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는 말이에요.”
“그런다고 해도 내가 노는 건 방해하지 말아요.” 조의찬의 눈빛은 조금 알딸딸했다.
민정연도 술에 취했는지 정신이 조금 흐릿해 보였다. “그건 당신이 어떻게 노느냐에 따라 달렸죠?”
조의찬은 웃기만 할 뿐 민정연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그는 차가운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는 부소경에게 다가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형!”
부소경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조의찬의 모습을 냉랭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조의찬은 부소경 앞에 그대로 멈추어 섰다. “형, 신세희랑 이혼 수속 밟았어?”
“…”
하숙민의 죽음은 그가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하숙민은 부씨 집안의 사람을 만난 후 몸이 급속도로 나빠져서 죽게 된 것이었다. 예상했던 날짜보다 조금 빨랐다. 하숙민이 세상을 떠난 후, 부소경은 일주일 동안 장례식장과 빈소를 처리하느라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다.
이제 겨우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신세희랑 이혼 수속을 받을 시간이 어디 있었겠는가?
그는 임서아와 이렇게 빨리 약혼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임서아의 몸 상태는 그리 이상적이지 못했고 또 할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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