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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허지은은 바닥에 잔뜩 떨어진 자수 판을 보았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부성훈한테 문자를 보내고는 휴대폰을 옆에 던지고 계속 복구하기 시작했다. 집에 도착한 부성훈은 일부러 휴대폰을 보지 않았고 허지은은 전화해서 사과하기를 기다렸다. 전에도 그녀가 매번 그랬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싸우면 항상 먼저 사과하는 건 영원히 허지은이었다. "싸웠어?" 부성훈이 낯빛이 안 좋자 김윤자가 물었다. 부성훈은 짜증이 나서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아니야." "잘 싸웠어! 진작에 헤어졌어야 했어, 재수 없는 년, 우리 부씨 가문한테 폐만 끼치잖아!" "그만 화내고 얼른 해장국 먹어." "상관없어, 어차피 나한테 전화해서 사과할 거니까." 부성훈이 자신감에 넘쳐 말했다. 그는 마치 허지은이 자기한테 고개를 숙일 거라고 확신했다. "아들아." 김윤자는 기회를 잡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네 동생이 그동안 잘 못 살았잖아, 앞으로 우리가 여기 남아서 널 도와줄게. 하지만 네 동생이 계속 네 집에 살 수는 없잖아, 불편하기도 하고." "집 한 채 사주는 거 어때?" 부성훈이 물었다. "아파트 있잖아?" "네가 대표인데 동생이 아파트에 살면 너도 창피하잖아. 네가 돈 안 써도 돼, 여기 이 집 좋은 것 같거든." 부성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집은 지은이도 돈을 반 냈어." "네 여자 친구잖아, 그럼 네 거랑 다름없지, 여자가 집이 있든 말든 무슨 소용 있어? 네가 말해서 이 집을 네 동생한테 넘기겠다고 해. 어차피 네 명의니까, 네가 데리고 가서 이름 고치면 되잖아. 안 되면 나중에 허지은한테 돈 좀 주면 되지." 김윤자의 말에 원래 화가 치밀었던 부성훈은, 허지은은 요즘 간이 부어서 자꾸 자신을 거역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이 그의 명의였기에 그녀한테 물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 나 지금 이런 거 신경 쓸 여유 없어." "그래, 얼른 쉬어!" 이 일을 알게 된 부성화는 깜짝 놀랐다. "오빠가 바로 거절하지 않았다고?" 백아연이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내 말 믿어, 훈이가 아주 효자야, 아줌마도 널 사랑하고. 이 집 사는데 훈이도 보탰어, 허지은이 낸 돈도 네 오빠가 준 거 아니겠어? 결국 훈이가 산 집이지. 네가 계속 말 꺼내면 되지, 허지은이 뭐가 대단해서, 안 그래?" "맞아!" 부성화는 으쓱해 했고 백아연은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그녀는 허지은을 한 발 한 발 내쫓으려는 거였다. 이 물건들과 부귀영화는, 원래 백아연의 것이었다. 백아연이 어릴 적, 철이 없어서 그랬지, 아니면 허지은이 이걸 누릴 수 있었겠어? 지금은 그냥 주인한테 돌려주는 거야. - "펑!" 밤. 커다란 소리에 김윤자는 깜짝 놀라 바로 옆방으로 뛰어갔는데, 부성훈이 씩씩거리며 나오는 걸 보았다. "아들, 이렇게 늦었는데 어딜 가?" "허지은이 감히 나랑 헤어지재!" 아주 미쳤어! 비몽사몽이었던 백아연도 그 말을 듣더니 바로 정신을 차렸다. 허지은이 부성훈한테 헤어지자고 했다고? 정말 잘됐어! "아줌마, 급해하지 마세요, 제가 훈이 가볼게요." "네가 밖에 나갈 수 있겠어?" 백아연은 찔려하는 눈빛을 하고 말했다. "괜찮아요, 아줌마, 훈이가 중요하죠." "그래, 착한 애야." 김윤자는 지고지순한 백아연이 점점 마음에 들었다. "조심해." "네, 아줌마." 백아연은 옷을 걸치고는 쫓아 나갔다. 부성훈은 그녀가 차에 탔는데도 물어볼 생각이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허지은이 보내온 문자뿐이었다. [부성훈, 헤어지자.] 헤어져? 허지은이 헤어지자고 했어? 자기가 뭔데? 무슨 자격으로 날 차버리는 건데? 헤어지더라고 나 부성훈이 말해야 해! 조수석에 있던 백아연은 아주 흥분했지만 최대한 차분한 척하며 그를 위로해 주었고 다독여주었다. 그녀가 그럴수록, 부성훈은 허지은이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했다. 편인 회사. 드디어 밤을 새우며 자수품을 복구한 허지은, 이번에는 아무런 하자도 남기지 않았다. 가을 시즌 대회가 그녀한테 아주 중요했기에, 반드시 진지하게 임해야 했고, 성진 그룹을 협력 파트너로 잡아야 했다. 조심스럽게 상자에 넣고 나서야 허지은은 사무실을 나와 호텔에서 하룻밤 쉬려고 했다. 하지만 회사 건물을 나서자 바로 씩씩거리며 오고 있는 부성훈을 보고는 바로 방향을 틀었다. "허지은!" 부성훈이 허지은의 팔을 세게 당겼고, 그녀를 반쯤 품에 안았다. 뒤에 있던 백아연은 그 모습을 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네가 뭔데 헤어지자고 하는 거야?" "일단 이거 놔." 허지은은 지금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 "대답해!" 부성훈은 그녀의 볼을 잡고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다른 남자 생겼어? 누가 너 뒤봐준대? 아니면 왜 자꾸 선을 넘는 거야?" "허지은, 역겨운 짓 하지 마. 그러면 너랑 연애하는 내가 더럽게 느껴지니까." 그는 화를 내며 허지은이 돈 많은 대표님을 만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 저녁 연회에서 그녀가 주민서와 같이 많은 사장님들과 얘기를 나눴었다. 그 남자들이 왜 허지은을 맴돌겠어? 예뻐서 그런 거 아니겠어? 더 우스운 건, 허지은은 상대방이 자기 재능을 마음에 들어 한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허지은이 무슨 재능이 있어? 오프숄더 치마를 입고 남자를 꼬시는 미소를 짓는 재능? "짝-" 고요한 밤이라 뺨을 때리는 소리가 유난히 높게 들렸다. 백아연이 기겁하며 소리 질렀다. "허지은, 사람 때리면 어떡해!" 허지은은 그녀를 무시하고는 부성훈을 밀어냈다. "부성훈, 뭐라고 했어?" 더러워? "들키니까 화 나?" 부성훈은 얼굴이 일그러지며 웃었다. "네가 정말 대단한 줄 알아? 편인이 너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사람이 너처럼 무모한 자신감을 가지면 안 되는 거야. 넌 여자야, 남자한테 빌붙어 살아야 한다고! 내 말 들어, 집에 가만히 있어!" 허지은은 헛웃음을 쳤다. "너랑 같이 전단지 돌리던 그 2년 동안은 왜 집에 있으란 말 안 했어?" 그러고는 차 문을 열고 가방을 던지고는 부성훈이 화내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떠났다. "좋아... 아주 좋아..." 부성훈은 분노에 차서 눈이 새빨개진 채로 부성화한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아침 9시에 별장 네 명의로 바꿀게." 그는 반드시 허지은한테 교훈을 주려고 했다. 비몽사몽이었던 부성화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흥분해 했다. "좋아!" 허지은이 차가 멀어져가는 걸 보며, 부성훈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허지은, 이번에 고개 숙이고 사과하지 않으면, 절대 용서 안 할 거야! - 호텔에 들어와서 허지은은 얼른 성진 그룹 사람한테 연락해서 내일 오후 1시에 작품을 갖고 가겠다고 했다. 모든 걸 마치고 나서, 허지은은 창가에 한참 앉아 있었다. 7년 동안의 정이, 지금은 그녀를 너무 피곤하게 했다. 부성훈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고 그녀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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