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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내가 잊은 거야, 아니면 네가 잊은 거야?" 허지은은 차분한 눈빛으로 물었다. 때린 일에 관해 사과도 없었으면서 오히려 왜 시비야? 전에 그녀는 그의 말을 고분고분 들었고, 퇴근하면 영원히 현모양처 모습이었다. 성실하게 회사를 경영했고 그가 얼마나 늦게까지 일하든, 그녀가 일이 없는 한 무조건 데리러 갔다. 같이 고생하면서 쌓아온 그동안의 정 때문만 아니라... 부성훈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허씨 가문에서 부씨 가문에 목숨을 빚졌기 때문이었다. 그때 허지은의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고, 그녀와 남동생이 같이 엄마의 유골을 들고 산에 올라갔다가, 하산할 때 허지욱이 너무 속상해서, 발을 헛디뎌 산에서 굴러내렸다. 그때 현장에서 도와주고 있던 부성훈의 아버지가 고민도 없이 뛰어내려 사람을 구했다. 하지만 위로 올라올 때 부성훈의 아버지가 체력이 부족해서 다시 굴러떨어졌고 결국 사망하게 되었다. 그 후로 부성훈 엄마는 그녀를 볼 때마다 욕했다. 허지욱만 안 구했어도 그들이 이렇게 고생할 필요는 없었다면서 말이다. 어쩌면 미안해서, 어쩌면 보답하기 위함일 수도 있었다. 허지은은 그동안 점점 더러워지는 부성훈의 성격을 견뎌냈고 그녀가 돈을 벌었지만 부성훈이 누구의 카드에 넣었든 전혀 따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온순함으로 인해 부성훈은 그녀를 당연히 약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허지은의 본질을 제대로 본 적 없었다. 사실 그들은 모두 포식자였고 그녀는 누구의 짐승이 아니었다. "이제 감히 나한테 그딴 말을 해?" 부성훈은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이제 큰 사장님 알게 됐다 이거야?" 허지은은 그의 손을 피했고 거부하는 눈빛까지 생겼다. "백아연 보살피느라 바쁜 거 아니었어? 누군가는 내 생사를 걱정해야지." 부성훈은 한동안 멈칫했다. "날 원망하는 거야." "나..." "아들, 저 재수탱이랑 무슨 말을 해? 하나 죽인 거로도 모자라, 굳이 우리 집이 망하는 꼴을 봐야겠어? 네가 우리 집에 빚진 거야, 우리 아드링 뭐라고 하든 다 듣고만 있어! 내 남편 없었으면 네 동생이 대학교 갈 목숨이나 있었겠어?" 병실 밖에서, 김윤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갓 이혼한 딸 부성화까지 있었다. 부성화도 마찬가지로 허지은을 아주 싫어했다. "오늘 이런 자리에서, 생각이라는 게 있기만 했어도 집에 와서 말했을 거야, 넌 참,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장님들 앞에서 우리 오빠랑 싸울 수 있어. 어떻게 우리 집사람들은 너만 만나면 재수가 없어지는 거야!" 부씨 가문 사람들 눈에는 허지은이 아무런 가정 배경이 없었고, 부성훈 덕에 지금의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허지은이 자수를 좀 배웠고, 은혜를 빌미로 부성훈한테 들러붙어서 부성훈이 그녀를 봐주는 거라고 했다. 하지만 백아연은, 그들이 30년 전에 아직 자전거 타고 다닐 때, 벌써 좋은 차를 몰고 다녔고 별장에서 살았다. 백아연 부모님이 지금 계시지 않지만, 인맥은 여전했고, 그 사람들도 백아연을 봐서라도 부성훈의 사업을 도와줄 수 있었다. 두 사람 중에서 김윤자는 당연히 백아연을 더 좋아했다. 사실 부성훈이 어렸을 때, 그녀는 백씨 가문과 연을 맺고 싶어 했다. 지금 이런 일이 생겼으니 그녀는 아들이 허지은 이 재수탱이를 버리길 바랐다! 부성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뒤돌아 모녀를 보며 말했다. "지난 일 좀 그만 꺼내면 안 돼? 아빠가 원해서 한 거잖아, 아무도 그런 일이 나길 원하지 않았잖아. 그리고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들지 말고, 집에 가." 그는 아주 카리스마 넘쳤고 자신감에 넘쳤다. 부성훈은 똑똑한 건 맞지만, 똑똑함 때문에 많은 문제도 있었다. 가끔은 너무 예민했고 의심도 너무 많았다. 김윤자는 화가 난 부성훈이 두려워 얼른 딸을 데리고 병실을 나왔다. 부성훈은 그녀를 보며 당부했다. "앞으로 따로 성진 그룹이랑 연락하지 마." 허지은은 그녀의 손에 쥔 명함을 꽉 잡았다. 그는 허리를 숙이고 말했다. "응? 내가 결혼한다고 했으니까 꼭 할 거야. 넌 그냥 안심하고 부 사모님 해, 사장님들이랑 미팅하는 건 내가 할게." 허지은은 눈을 감고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문밖에서, 부성훈을 찾으러 온 백아연이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진짜 허지은이랑 결혼하려고? 자신이 전에 무시하던 부성훈이 성진 그룹과 겨룰 수 있는 편인 회사의 대표가 되자, 백아연은 후회가 되었다. 그녀가 지금 가문이 쇠약해졌고, 재산이 나가기만 하고 들어오지 않았기에 몇 년 동안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치료비도 부성훈한테 대라고 할 거고, 부성훈도 자신이 차지하려고 했다. 편안한 생활에 익숙해졌기에 그렇게 정시 정각으로 돈 버는 생활을 더는 하고 싶지 않았다! 뭔가 떠올랐는지 그녀는 재빨리 떠났다. - 별장으로 돌아오자, 허지은이 먼저 집에 들어갔는데, 그녀의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아가씨?" "괜찮아요, 가서 일 보세요." 그녀는 거실에 앉아 머리를 들어 별장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동거하지 않았다. 부성훈이 출장이 잦았기에 그의 집은 공항과 가까이에 있었다. 그녀가 사는 집은 그들이 산지 반년도 안 된 집이었다. 그녀도 절반을 냈고 그들이 나중에 같이 살 집으로 하려고 했다. 그 뒤로 집에 들어왔던 부성훈이 앉자마자 말했다. "지은아, 할 말 있어, 연이가..." 허지은이 말을 끊었다. "레드 드레스는?" "미안해, 지은아, 네가 병원에 가고 나서 내가 몸이 갑자기 안 좋아서 병원에 갔는데, 상황이 급해서 의사 선생님이 가위로 베었어." 백아연이 주머니를 내려놓았고, 허지은은 안에 세 단락으로 잘린 레드 드레스를 똑똑히 보았다. 그건 엄마가 마지막 힘까지 다해서 그녀한테 남겨준 거였다... 다른 유물과는 달랐다. 순간, 주위의 공기도 주인의 기분을 알아챘는지 숨죽이고 있는 것 같았다. 허지은은 찢어진 레드 드레스를 보며 부성훈한테 물었고 아무도 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쟤가 왜 여기 있어?" "내가 할 말이 그거야. 연이가 결벽이 있어서 병원에서 못 살겠대. 내가 사는 집이 병원이랑 회사랑 멀어서, 한동안 여기서 살고 싶대." 그래서? 이건 통보야? 허지은의 시선은 여전히 레드 드레스에 꽂혀 있었고 아무 말하지 않고 레드 드레스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서재. 절반은 사무용품이었고 절반은 자수용품이었다. 그녀는 묵묵히 자수대옆에 앉았고 떨리는 손으로 바늘에 실을 꿰매고 열심히 레드 드레스를 기웠다. 눈에 눈물이 맺혔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삼켰다. 이런 실은 아주 가늘어서 한 쪼각을 백 개 넘게 쪼개야 했고 아주 가벼워서, 수낭들은 수놓을 때 숨결이 실이 날릴까 봐 심지어는 숨도 세게 쉴 수 없었다. 여름에는 손에 땀이 차기에 실이 변할 수 있어 수놓을 수 없었다. 눈물은 더욱 떨어지면 안 되었다. 하지만 하다 보니 허지은은 눈물이 줄줄 흘렀고, 그녀는 바늘을 내려놓고 테이블 끝을 잡은 채 팔까지 부들거렸다. 10년 동안, 남동생을 키웠고, 남동생을 대학에 보냈고, 매일 밤낮없이 작품을 수놓았을 때도, 이렇게 힘들었던 적 없었는데, 부성훈의 행동에 그녀는 부서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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