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무대와 제일 가까이에 앉은 사람은 바로 성진 그룹 대표 비서 강준서였다. 그는 며칠 전 대표님의 부탁을 받고 귀국해서 편인 회사의 두 대표 결혼식에 참석하러 왔다.
그런데 신부가 신부 들러리가 되는 걸 보게 될 줄이야!
결혼식은 여전히 진행되었다.
허지은은 백아연의 손을 부성훈한테 주고는 뒤돌아 무대를 내려왔다.
뒤에서 바로 부성훈의 똑똑히 '좋습니다'라는 말이 들려왔다.
허지은은 자신이 제일 기대했던 곳을 떠나려고 걸음을 재촉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
기업의 사람들이 결혼식에 참가하러 온 건 사실 허지은의 체면을 봐서였다.
안현시는 자수의 고향이었고 자수로 이름을 날렸다.
허지은과 부성훈의 편인 회사가 새로 일떠선 회사였고 회사의 모든 수낭도 모두 그녀가 키운 거였다.
때문에 많은 큰 회사에서 높은 가격으로 허지은을 스카우트하려고 했지만 모두 거절을 당했다.
무대 뒤에 있는 신부가 옷을 갈아입는 방으로 가자, 허지은은 걸려있는 레드 드레스를 보았다.
그건 그녀의 엄마가 생전 마지막으로 만든 작품이었고 특별히 그녀한테 남겨둔 거였다.
오래된 수낭들은 자기 딸한테 직접 결혼할 때 입을 드레스 만들어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 주었다. 많은 수낭들은 딸이 태어나서부터 준비하곤 했다.
하지만 드레스가 너무 복잡하기도 했고, 엄마가 이미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레드 드레스를 만들고는 세상을 떠났고 그녀와 15살 되는 남동생만 남겨두었다.
허지은은 한참 멍하니 서 있었다가 레드 드레스를 들고 가려고 했다.
테이블에 놓자마자 남동생 허지욱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허지은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휴대폰을 들고 강당을 나와 전화를 받았다.
"욱아?"
"누나, 지난번에 너무 급하게 끊었잖아, 결혼 날짜를 언제로 고쳤는지 말 안 해줬어."
-
결혼식이 끝났고 부성훈이 백아연을 탈의실로 데리고 왔다.
"쉬고 있어, 나 파트너들이랑 얘기 좀 나눌게."
"그래."
백아연은 마치 와이프처럼 다정하게 웃었다.
문이 닫혔고, 그녀는 주의를 두리번거리다가 아직 박스에 담지 못한 레드 드레스에 시선이 꽂혔다.
레드 드레스를 보자, 백아연은 아마 허지은이 전에 준비한 드레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허지은의 레드 드레스는 그녀의 것보다 훨씬 예뻤다, 그녀는 바로 생각을...
통화를 끝내고 탈의실로 돌아온 허지은, 눈앞에 광경에 완전히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백아연, 너 뭐 하는 거야!"
백아연은 허지은의 엄마가 만들어준 레드 드레스를 입은 채 거울을 보고 있었다.
"내 레드 드레스가 긁혔어, 그걸 입고 하객들한테 술 따라줄 수 없잖아, 그건 훈이 체면 깎는 거 아니야? 마침 네 레드 드레스가 있길래, 입은 거야."
자신의 결혼식을 빼앗고, 자신의 남자 친구와 결혼식까지 올렸다는 것만 생각하면 허지운은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백아연이 곧 죽을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모두 참아주었다.
그러나 엄마의 물건은 안 되었다.
그녀도 지금껏 아까워서 입어본 적 없었다.
"지금 당장 벗어."
허지은이 싸늘한 표정을 지을 때면, 업계의 파트너들도 무서워했었다.
백아연은 어려서부터 온실에서 자란 화초였기에 그녀를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이리 무섭게 굴어?"
허지은의 눈에는 지금 레드 드레스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녀가 가만히 있자 바로 다가가 소매를 잡아당겼다.
"벗어."
그녀는 소리 지르지도 않았고 욕하지도 않았지만, 그 싸늘한 모습에 백아연은 깜짝 놀랐다.
"이거 놔!"
백아연이 허지은을 밀었는데 생각보다 행동을 크게 했기에 펀칭 실크 소매가 옷걸이에 걸렸고 찌륵하는 소리가 났다!
허지은은 바로 멍해졌고 백아연이 긁힐 줄 몰랐다.
"너... 네가 잡아당기지 않았으면, 내가..."
"짝-"
허지은이 백아연의 뺨을 세게 내리쳤고 그녀는 완전히 바닥에 넘어져 버렸다.
"허지은, 뭐 하는 거야!"
부성훈이 문을 열자마자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문 어구에서 부성훈과 얘기를 나누던 몇 명 안현시의 대표님들도 있었다.
다들 그 모습을 보자 약속이라도 한 듯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허지은은 부성훈을 막고는 여전히 백아연을 바라보았다.
"벗으라잖아, 못 들었어?"
"훈아..."
백아연이 얼굴을 막고 울고 있었다.
허지은이 백아연을 끌고 옷을 갈아입으러 가려고 하는데...
허지은은 몸이 흔들렸고 바로 머리가 옆으로 돌아갔다.
부성훈이 그녀의 뺨을 내리쳤고 그녀는 귀에서 이명이 들렸다.
"이게 어떤 장소인지 알아, 허지은, 지랄하지 마!"
허지은은 머리가 바닥에 부딪칠 때, 부성훈이 백아연을 들어 안는 걸 똑똑히 보았다.
7년의 시간이 마치 유리거울처럼 산산조각 나 버렸다.
마음의 아픔이 이미 머리와 얼굴의 아픔을 초과했고 눈물이 왼눈을 타고 오른쪽 눈으로 흘렀고 그녀의 시선을 흐릿하게 했다.
그리고 부성훈이 백아연을 긴장해하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낙인처럼 박혔다.
-
허지은은 꿈을 꾼 것 같았다.
꿈에서 그녀는 또 부성훈과 같이 전단지를 나눴고, 회사를 세웠고, 회사를 상장시켰고, 심지어는 그가 지금 성진 그룹의 주 대표님과 함께 같은 테이블에서 협상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손이 한 번 또 한 번씩 다쳤었다.
그는 가끔은 눈이 멀었는지, 완전히 그녀의 고생을 보지 못했는데, 백아연이 맞은 건 아주 예리하게 보았다.
-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 침대 옆에 누가 있다는 게 느껴졌다.
강 비서님?
성진 그룹 대표 비서가 왜 여기 있지?
허지은은 팔로 짚고 몸을 일으켰다.
"강 비서님이 왜 여기 계세요?"
"대표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옆에 사람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주 대표님이 허 대표님이 깨어나시는 걸 꼭 보라고 특별히 당부하셨어요."
"감사해요, 저 괜찮아요, 수고하셨어요, 주 대표님한테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강 비서는 당연히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오늘 난리였던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도, 성진 그룹에서 양면 자수 천재인 허지은을 스카웃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양면 자수를 잘 수놓는 수낭이 되려면 적어도 10년은 필요하고 게다가 재능도 있어야 했다.
성진 그룹에 수낭이 몇만 명이었지만 양면 자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스물도 되지 않았고 수놓은 작품도 그저 봐줄 만 한 정도였다.
성진 그룹은 허지은처럼 상도 받고, 박물관에서도 소장하게 할 정도의 수낭이 아주 필요했다.
"허 대표님, 푹 쉬세요, 이건 우리 주 대표님 명함입니다. 대표님께서 허 대표님이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했습니다, 연락주세요."
성진 그룹 대표의 명함이 허지은 병실 침대 옆에 놓였다.
강 비서가 가고 나서 병실이 조용해졌고 허지은은 그 명함을 꺼내 보았다.
지금 편인 회사의 모든 계약과 협력을, 상대방에서는 모두 허지은이 직접 협상하기를 원했다.
허지은이 예뻐서 그런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녀는 확실히 예뻤다, 아주 공격적이게 생긴 예쁨이었기에 싸늘한 눈빛 하나에 바로 여리여리한 백아연을 놀라게도 한 거였다.
그 사장님들은 모두 허지은이 진짜 사업할 머리가 있다는 걸 알아챘고, 또 자수도 잘하기에 진짜 갖고 싶어 하는 인재였다.
문이 다시 열렸고, 허지은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부성훈을 보았다.
그는 정장을 입은 채 묵직하게 입을 열었는데, 관심이 아닌 질문이 먼저였다.
"방금 성진 그룹 비서가 여기 있었어?"
"응."
부성훈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에 뭐가 일렁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그녀를 때렸다는 걸, 전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눈앞에 있는 허지은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예뻐졌다. 남자가 한눈만 보면 또 보고 싶고, 남자의 정복욕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그도 허지은이 훌륭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특히나 자수 쪽으로는 정말 대단한 선생님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자가 자기보다 대단한 걸 참을 수 없었다.
"성진 그룹에서 협력하는데, 왜 날 안 찾아왔어?"
그는 강 비서가 협력 얘기를 하려고 병원에 찾아온 줄 알고 있었고, 허지은이 지금 옆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상황을 완전히 까먹은 것 같았다.
부성훈은 그녀의 손등을 누르며 싸늘한 눈빛을 하고 말했다.
"허지은, 넌 내 거야, 잊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