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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장

윤북진은 냉정하게 가슴 앞으로 팔짱을 끼고서 아예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고남연은 어느새 웃음기가 싹 가신 차가운 얼굴로 천천히 문에 기댔던 몸을 바로 폈다. “윤북진, 우리가 서로 핸드폰 보고 그런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고남연이 덤덤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에 윤북진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웠다. 마치 참을 만큼 많이 참은 호랑이가 금방이라도 아가리를 쩍 벌리고 포효할 듯이 위태로운 침묵이 수 초간 흘렀다. 고남연이 그 말을 끝으로 그를 스쳐 지나가려는 찰나 윤북진이 그녀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 팔에서 느껴지는 저릿함에 고개를 돌려 윤북진을 바라보니 평소의 점잖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었고 눈빛 역시 냉랭하기 짝이 없었다. “질투?” 고남연이 여전히 무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윤북진이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려 하자 그녀는 그보다 더 빨리 움직여 몸을 빼고는 아무렇게나 핸드폰을 변기에 휙 던져 버렸다. “고남연!” 매서운 말투였지만 고남연은 아무런 타격감도 입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이기만 할 뿐이었다. “이런. 나도 이제 못 보겠네.” 윤북진은 그녀의 손을 내던지고 핸드폰을 꺼내 하정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 비서, 한 번...” 윤북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남연은 그의 전화기를 확 낚아채고는 멋대로 전화를 뚝 끊어버리며 말했다. “하정준 씨가 정말 뭐라도 알아내면 쪽팔려서 얼굴이나 들고 다닐 수 있겠어? 그냥 내가 내 입으로 말해줄게. 어. 맞아. 나 만나는 사람 있어.” 뭐가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지 시종일관 무심한 태도의 고남연을 보며 윤북진은 애써 분노를 억눌렀다. “심주영?” “맞아!” “여자를 보내줘도 넌 꿈쩍도 안 하더라? 그런데 그렇다고 나는 뭐 다른 사람 못 만난다는 법은 없잖아? 손해 보는 것도 없고 말이야.” 윤북진은 눈을 감으며 침을 꿀꺽 삼키더니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진도 어디까지 나갔어.” “왜? 궁금해? 그렇게 궁금하면 한번 알아보지 그래?” 윤북진은 고남연을 밀치지도 다른 그 어떤 행동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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