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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장

그 말에 고남연은 순식간에 안색이 굳어졌다. “실연을 당했다고? 내가 여기에 버젓이 있는데 무슨 실연을 당했다는 거야?” “아마 누나를 두고 한 말이 아닐 거예요.” 서경백이 말했다. 어쩐지 윤북진이 최근에 매일 꼬박꼬박 집으로 돌아온다더라니, 그는 요즘 야심한 밤에도 집으로 들어오곤 했었다. 알고 보니 밖에서 따로 만나는 여자가 그를 상대해 주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요즘 표정이 안 좋은 거였어.’ 고남연은 팔짱을 끼고, 윤북진을 내려다보다가 다리를 들어 발길질했다. “누나, 그러지 마세요.” 서경백이 서둘러 그녀를 말렸다. “혹시라도 형 몸에 상처가 생기면 안 돼요. 그렇지 않으면 내일 제가 발로 찼다고 오해할 거에요. 누나. 좀 도와주세요. 저 혼자서는 더 이상 무리예요.” “쓸데없는 소리. 윤북진의 실연 상대가 내가 아닌데, 내가 왜 도와줘야 해? 밖에 가져다버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 고남연이 말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윤북진은 두 손으로 소파를 짚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다가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서경백은 한숨을 내쉬었다. “형은 며칠 동안 많이 답답해했어요. 딱 봐도 실연을 당한 거죠.” 고남연은 그를 피식 비웃었다. 실연이라… 윤북진이 실연을 당하는 날도 오다니? 그녀는 윤북진의 마음 속에 있는 여자가 여지수인지 아니면 아직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차피 그녀는 아닐 것이다. “여지수는? 두 사람, 요 며칠 동안 계속 함께 있었던 것 아니야?” 고남연이 물었다. “그래요?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아마 싸웠나 봐요. 그래서 형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언제쯤이면 기분이 나아질지도 잘 모르겠어요. 전 형이 이러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서경백의 말을 듣고, 고남연은 차가운 시선을 거두며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여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지수, 로얄 빌리지로 잠깐 와야겠어.” 여지수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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