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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윤북진은 입술도 부드러운 데다 키스 기술까지 아주 뛰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남연은 고작 키스만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목을 껴안고 턱을 그의 어깨에 얹은 채 곧 본론으로 들어갈 줄로만 알았으나 윤북진이 갑자기 그녀의 귀를 깨물더니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고남연, 손님 왔어.” 처음에, 고남연은 미처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 시간에 찾아올 손님이 없는데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문득 그가 그날을 의미하는 것임을 깨달은 그녀는 윤북진을 밀어내고 자기 잠옷을 끌어당겼다. 과연 엉덩이 쪽에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고남연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눈물도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어렵게 얻은 기회를 발로 뻥 차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개를 돌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책을 집어 들고 침대에 앉는 윤북진을 보자 고남연은 그가 이를 진작에 눈치챘다는 것을 알아챘다. 방금 그는 일부러 그녀를 가지고 논 것이었다. “초하루는 피해도 보름날까지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이를 악물고 으르렁거리는 그녀를 보며 윤북진이 능청스럽게 고개를 들며 물었다. “옷 안 갈아입어?”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고남연은 어쩔 도리가 없었지만, 그가 원한다면 고남연은 절대 도망갈 수 없었다. 이 게임의 결정권은 그의 손에 있었다. 두 손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던 고남연은 몸을 돌려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생리가 오자 고남연도 얌전해졌다. 며칠 동안 윤북진이 꼬박꼬박 집에 돌아왔지만 고남연은 그를 건드리지 않고 일에만 몰두했다. 그제야 윤북진은 그녀의 속셈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목적이 없을 때는 그와는 말도 섞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평소에 그를 유혹하는 것 외에는 거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일에 쏟고 있었다. 비록 아주 사소한 사건일지라도 그녀도 모든 정성을 쏟아부었다. 서경백의 말이 맞았다. 고남연은 좋은 사람이었다. 굳이 좋지 않은 점을 꼽자면 그녀의 마음에 그가 없다는 것이었다. “고남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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