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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장

고남연은 걸음을 멈추고 윤북진을 돌아보았다. “그럼 정연이 그 주스를 다시 그 여자에게 바꿔준 건 알았어? 네가 웨이터를 시켜 버리라고 했던 주스는 멀쩡한 거야.” 고남연과 주정연은 살면서 별의별 풍파를 다 겪어봤다. 곽이선의 이 수법은 9년 전에 그들이 겪었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윤북진과 고남연이 나누는 얘기를 들으면서 윤경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이 시각 네 명 중에서 혼자만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실제로도 윤경민은 바보였다. 그는 벌벌 떨며 말했다. “남연아, 너랑 형이 하는 얘기를 들으니, 머리털이 다 곤두서네. 앞으로 이런 곳에는 적게 오자.” ‘남연이와 형이 세지, 내가 센가?! 혹시라도 당하면 어떡해? 난 아직 숫총각이란 말이야!’ “겁쟁이.” 주정연의 말에 윤경민은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두려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 오늘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할까 봐 그러는 거잖아. 남연이 네가 너무 예쁘게 생겨서 사람들이 널 그냥 두지 않잖아. 여기가 우리 형 구역인데 형이 손을 써야 해, 말아야 해?” “결혼까지 한 아줌마를 좀 안거나 만진다고 닳는 건 아니잖아. 어차피 내일 아침에 깨면 서로 모를 텐데.” 고남연이 말을 끝내기 바쁘게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 아파. 윤북진, 힘이 남아도나 보네! 그 손 놓지 못해?” 고남연은 소리 지르면서 윤북진의 손목을 잡아당겨 그의 손을 뿌리쳤다. 아직 화가 덜 풀린 윤북진은 다시 그녀를 잡아끌었다. “고남연, 다른 사람에게 안기기만 해봐.” 감히 고남연을 안거나 만지는 남자가 있다면 윤북진은 정말 그 사람의 손을 부러뜨릴 수 있었다. “네가 날 안아 주지도 만져 주지도 않으니 다른 사람에게라도…” 고남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북진은 그녀의 턱을 잡고 입술에 키스했다. 주정연과 윤경민은 옆에서 보기 민망하여 두 사람을 남겨둔 채 잽싸게 자리를 떴다. ‘뻔뻔스러운 인간들, 길거리에서 키스할 나이는 지난 것 같은데. 도저히 못 봐주겠네.’ 한바탕 뜨거운 키스를 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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