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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달아.” “그런데 왜 안 넘어와? 왜 나랑 애 안 가져?”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든 윤북진이 화장실로 향했다. “해.” 고남연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사장님.” 말로는 다 할 것처럼 굴던 고남연은 윤북진이 욕조에 넣은 뒤 얼마 되지 않아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에 원래는 타협을 해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려던 윤북진은 끝내 놀아난 것 같은 기분에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이튿날 아침. 고남연이 힘겹게 두 눈을 떴을 때,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고 윤북진도 이미 옆에 없었다. 그 뒤로 며칠간 윤북진은 또다시 예전처럼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진해영이 전화로 두 사람의 상황에 대해 물었을 때에야 고남연은 그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정준은 그녀에게 콜백으로 윤북진이 출장을 갔다고 말했다. 그리고 금요일 밤, 변호사 사무소의 모두가 퇴근을 한 뒤에도 고남연은 야근을 하고 있었다. 손안의 자료를 뒤적이고 있는데 테이블에 놓인 휴대폰이 울렸다. 고남연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그대로 휴대폰을 들었다. 그러다 윤북진 세 글자를 본 그녀는 서류를 읽던 그대로 멈춰버렸다. 결혼생활 2년 동안 윤북진이 먼저 전화를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신을 차리자 이미 8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이라 고남연은 전화를 받았다. “출장 끝났어?” 전화 너머로 윤북진의 담담한 대답이 들려왔다. “응.” “집에 있어?” 그렇게 말하며 고남연이 덧붙였다. “우선 씻고 있어. 씻고 나면 도착해 있을 거야.” 윤북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리더니 이내 통화를 끊었다. 탁! 그는 짜증스레 휴대폰을 대시보드 위로 내던졌다. 윤북진은 가끔 정말 고남연의 머리를 까서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다. 전화가 끊겼을 때도 고남연은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채 책상 위의 서류를 정리한 뒤 가방을 챙겨 퇴근했다. 잠시 뒤, 하이힐 소리를 내며 아래층에 도착한 고남연은 단번에 윤북진의 한정판 마이바흐를 발견했다. 차도 멋있는데 온통 6으로 도배된 번호판은 더욱더 멋있었다. 하정준이 운전을 한 거라고 생각했던 고남연은 가까이 다가가도 하정준이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주지 않자 오늘은 윤북진이 직접 운전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결혼생활 2년 동안 윤북진이 자신을 데리러 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자주 출퇴근을 도와줬었는데 ‘그때 그 일’ 이후로 두 사람 사이는 그토록 화목했던 적이 없었다. 고남연은 배시시 웃으며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곧바로 공항에서 온 거야?” “응.” 고남연을 흘깃 쳐다본 윤북진은 그녀가 안전벨트를 하자 시동을 걸었다. 오늘 먼저 전화도 걸고 직접 데리러도 온 윤북진에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고남연은 턱을 괸 채 그를 쳐다봤다. 고남연이 웃으며 쳐다보자 윤북진은 오른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툭 쳤다. “그렇게 보지 마.” 그에 고남연은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서 그렇지.” 핸들을 잡고 있던 왼손이 흔들리며 차도 따라서 같이 흔들렸다. 윤북진의 반응에 고남연은 더욱더 환하게 웃더니 이내 흘깃 아래를 쳐다보며 놀렸다. “윤북진, 너 섰어.” 윤북진은 할 말을 잃었다. 오른손으로 고남연의 얼굴을 꼬집은 윤북진은 그녀의 고개를 앞쪽으로 돌렸다. “여자애가 맞기는 해?” “이따가 가서 확인해 보든가.” 고남연의 거침없는 말에 윤북진은 한숨을 쉬었다. “너는 뭔 여자애가 그런 말을 해?” 윤북진의 귀가 빨개진 모습에 고남연은 기분이 좋아 날아갈 것만 같았다. 말 한마디에 판세도 바꿀 수 있는 거침없는 남자가 은근한 말 몇 마디에 바로 귀를 붉히다니. 고남연의 미소가 윤북진은 유난히 보고 싶지 않아 고남연이 자신을 볼 때마다 그는 자신을 보지 못하게 머리를 밀어냈다. 고남연의 사무소는 로얄 빌리지와 한 시간 가까이 떨어져 있었다. 윤북진과 한바탕 장난을 치는데 윤북진이 보지 못하게 하자 고남연을 아예 길게 기지개를 켜며 잠을 청했다. 이제 가을에 들어선 날씨에 선선하게 부는 바람은 시원했고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은 온화하기 그지없었다. 윤북진은 양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곁눈질로 옆에 누워버린 고남연을 쳐다봤다. 그러다 방금 전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오르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고남연의 뻔뻔함은 그 누구도 이길 수 없을 정도였다. 30분 뒤, 차는 마당에 들어섰고 안전벨트를 푼 윤북진이 막 고남연을 깨우려는데 옆에 내버려뒀던 휴대폰이 별안간 울렸다. 여지수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 것을 확인한 윤북진은 저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전화를 받았다. 윤북진이 전화를 받자 그 너머로 여지수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북진아, 엄마가 갑자기 또 병이 도졌어. 119에 전화를 했는데 아직 도착을 안 하는데 나 너무 무서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말을 마친 그녀는 펑펑 울음을 터트렸다. 이쪽에서 윤북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눈을 감고 있던 고남연의 속눈썹이 먼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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