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나는 회사에 가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전에 이 직장을 찾은 이유는 하예린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회사 사장은 여러 번 만류했지만, 나는 확고히 거절했다.
며칠 전, 내가 지원한 해외 회사에서 답장이 왔다.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그 회사는 내가 어릴 적부터 꿈꾸던 곳이었지만, 예전에는 하예린 때문에 거절했었다. 다행히 이제라도 꿈을 쫓기에 늦지 않았다.
사직한 후, 남은 일을 인수인계하고 친구에게 이 좋은 소식을 전했다.
친구는 내 소식에 기뻐하며 한동안 말이 없더니, 이내 물었다.
“그럼 하예린은? 걔도 너랑 같이 해외로 가는 거야?”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나 혼자만 갈 거야. 나랑 예린이의 관계는 이제 거의 끝이야.”
업무 인수인계를 마친 후, 나는 출국 준비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다.
부모님 두 분은 이미 돌아가셨고, 국내에는 몇몇 친구들 외에는 하예린뿐이었다.
예전에는 하예린이 있는 곳이 곧 내 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내게는 더 이상 집이 없다. 나는 마치 떠돌이처럼 어디로 떠밀려 가든 그곳이 곧 내 집일 뿐이다.
집에 돌아오니, 하예린은 막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정성껏 화장을 하고 핫팬츠를 입고 있었는데, 늘씬한 다리가 그녀의 좋은 몸매를 돋보이게 했다.
그녀의 손에는 생일 케이크를 들고 있었고, 나는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오늘이 조민준의 생일이었고, 하예린은 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가는 길이었다.
그녀는 지금 전화를 하며 기쁨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 그만 궁금해해. 내가 선물을 말해버리면 그게 무슨 서프라이즈야? 그냥 내가 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
전화 너머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하예린은 깔깔 웃으며 그녀의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녀의 단순한 미소마저 내게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드문 것이었다.
그녀는 계속 웃고 있었지만, 나를 보자마자 입가의 미소를 거두었다.
그녀는 조민준의 부탁은 무엇이든 들어주면서도 나에게는 미소 하나조차 인색했다.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나를 피하며 돌아섰다.
하예린은 신발을 재빨리 갈아 신고, 문을 쾅 닫는 소리만 남기고 떠났다.
나는 알고 있었다. 하예린이 또다시 나와 냉전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예전에도 그녀와 냉전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하나같이 모두 조민준 때문이었다.
이럴 때마다 나는 마치 전쟁을 앞둔 것처럼 그녀의 마음을 풀어주려 애썼다.
그녀가 내 메시지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아도, 나는 그녀의 마음을 달래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저 인터넷에서 외국 요리를 몇 가지 찾아보고, 집에서 연습할 뿐이었다.
미리 적응할 필요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