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
한편 송유진은 진태영과 업무상의 이유로 밥 한 끼 먹는 자리에서 배도현을 마주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무례하게 식사 도중에 갑자기 룸으로 뛰쳐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는 음침한 얼굴로 송유진을 빤히 쳐다보다가 피식 웃으면서 야유를 날렸다.
“송유진, 너 진짜 막장이구나. 이젠 뭐 가리는 것도 없이 어떤 장소든 다 나오는 거야?”
그의 맹비난에도 송유진은 무표정하게 제자리에만 앉아있었다.
다만 옆에 있던 소다해는 한심하다는 듯 배도현에게 쏘아붙였다.
“그게 대체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지? 둘은 이미 헤어진 사이란 걸 그새 다 잊었어?”
배도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다해를 바라보더니 이를 악물었다.
“이건 나랑 유진이 사이의 일이야. 넌 빠져!”
소다해는 전혀 기죽지 않고 곧장 반박했다.
“난 유진이 베프야. 빠져도 네가 빠져야지!”
그제야 송유진이 그녀를 잡아당기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됐어. 쟤 그냥 미친놈이야. 상대하지 마.”
소다해는 눈썹을 찌푸리고 불만 조로 되물었다.
“그래서 두려워?”
이에 송유진은 속절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게 아니라 조용히 밥만 먹고 싶어서 그래.”
이어서 머리를 들고 담담한 얼굴로 배도현에게 물었다.
“여긴 왜 왔어?”
냉랭하고 삭막한 그녀의 태도에 배도현은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서 줄곧 침묵하던 진태영이 입을 열었다.
“도현아, 친구들끼리 너무 난감하게 굴진 말자.”
친구라는 두 글자가 배도현을 제대로 건드렸다. 그는 입꼬리를 씩 올렸지만 그 미소에 분노와 야유로 가득 차 있었다.
“친구? 너 말 잘했다. 난 널 친구로 여겼는데 감히 날 배신해?”
진태영은 순간 표정이 굳어버렸다.
이제 막 입을 열려던 그때 배도현이 계속 야유 조로 퍼부었다.
“송유진은 내가 놀다 버린 장난감이야. 역겹지도 않냐? 굳이 남이 버린 걸 탐내야겠어?”
그의 말이 떨어진 순간 룸 안의 분위기가 살얼음판으로 변했다.
송유진은 젓가락을 쥔 손에 힘이 쫙 들어갔다. 배도현과 함께한 몇 년 동안 그녀도 확실히 사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