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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장

송유진은 한재혁을 바라보았다. 집에 들어선 그는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어 헤치더니 느긋하게 슈트 상의를 벗어 소파에 던졌다. 그를 따라 올라올 때부터 술 냄새가 약간 나는 듯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취한 것 같았다. 걷는 걸음마저 비틀거렸다. 송유진은 본능적으로 그를 붙잡았다. 그녀의 팔이 손에 닿자 한재혁은 제자리에 멈춰 서서 말했다. “괜찮아. 부축해 주지 않아도 돼.” “술을 얼마나 마신 거예요?” 송유진은 그를 부축해 거실 소파에 앉혔다. “여기 앉아 있어요. 제가 물이라도 좀 가져올게요.” 말을 마친 그녀는 부엌으로 향했다. 그러나 순간, 손목이 한재혁에 의해 붙잡힌 것이었다. 송유진은 고개를 돌려 의아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한재혁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요?”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더니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송유진은 부엌에 있는 깨끗한 컵을 하나 꺼내 물을 따랐다. 그리고는 다시 거실로 향했다. 그러자 소파에 앉아 있던 그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거실을 한 번 스윽 둘러보니 열려있는 침실 문 쪽에 눈길이 갔다. 그녀는 조금 망설이다가 침실 문 앞에 다가가 살짝 문을 두드렸다. “재혁 씨, 물 가져왔어요.” 송유진은 이렇게 말하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들어가자마자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한재혁이 옷장 앞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던 것이다. 아래에는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고 상체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는데 탄탄한 근육과 선명한 복근이 드러나 있었다. 송유진의 시선은 그의 복근에 멈췄고 심장이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얼굴이 뜨거워 나고 목이 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유진아, 그 정도면 볼 만큼 보지 않았어?” 한재혁은 이렇게 말하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송유진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급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저, 저... 아무것도 안 봤어요.”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침실을 뛰쳐나갔다. 그러자 뒤에서 한재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진아, 해장국 좀 끓여주고 가.” 너무 창피해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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