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장
연지아는 나무늘보처럼 배도현의 목에 팔을 걸치며 애교를 부렸다. 하지만 배도현의 눈에 감춰졌던 짜증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그는 그녀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 대며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꺼져. 더 이상 내 화를 건드리지 마.”
그 한마디에 연지아는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온몸이 굳어버렸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순간 서러움과 분노가 교차했다.
‘어젯밤 침대에서 뜨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던 오빠가... 어떻게 해 뜨자마자 이렇게나 차갑게 꺼지라고 말하는 거지? 그것도 송유진 때문에?’
하지만 연지아는 배도현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겉으론 다정해 보이지만, 속은 냉정하고 예측 불가한 남자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터질듯한 감정을 삼키며 그의 목에서 팔을 내리고 살짝 발돋움해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알겠어요. 먼저 갈게요. 그러니까 화 풀어요. 오빠?”
그녀의 고분고분한 행동에 배도현은 마치 고양이를 어루만지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착하네. 옷 갈아입고 학교 가.”
연지아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집을 나서며 송유진을 매섭게 노려봤다.
송유진은 그녀의 시선을 무시하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내 앞에서 깝죽대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연지아가 떠난 뒤, 거실에는 배도현과 송유진 둘만 남았다.
배도현은 아무렇지 않게 소파에 앉아 손에 든 지갑을 예술품인 것처럼 바라보며 만지작거렸다. 그의 시선은 지갑에 머물러 있었지만,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했다.
‘진짜 지갑 가지러 온 거였네. 이 시간에 온 거 보면 내가 출근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지.’
화가 치밀었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나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유진아, 어제도 나를 깨워서 해장국 끓여줬잖아. 아직도 날 걱정해 주는 거지?”
송유진은 그 말을 무시하며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내 지갑 돌려줘.”
하지만 배도현은 지갑을 건네지 않았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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