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장
다음 날, 송유진은 배도현이 회사에 갔을 시간을 유추해 보고 나서 택시를 타고 그의 집으로 갔다. 문을 열고 신발을 갈아신던 그녀는 문 앞에 놓인 분홍색 어그부츠를 발견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전에 안방에서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그러지 말라니까. 부끄러워!”
“이리 와! 좋으면서...”
송유진은 잠시 멈춰 섰다.
방 안에서 들리는 대화와 웃음소리는 그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지갑만 챙기고 조용히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거실을 둘러보던 그녀는 소파 위에 자기 지갑이 놓여 있는 걸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방 안에서 두 사람이 한창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틈을 타 지갑만 챙기고 나가려 했지만, 지갑을 손에 넣기도 전에 실크 슬립 드레스를 입은 연지아와 마주쳤다.
연지아는 잠시 놀란 기색을 보이다가 이내 기세등등하게 다가왔다.
“언니,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송유진은 당혹스러웠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특히 연지아가 의도적으로 기지개를 켜며 목과 어깨에 생긴 키스 마크를 드러낼 때, 그녀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참, 배도현이 연지아를 이렇게 취급할 줄은 몰랐네? 어린애를 잘도 데리고 노는구나.’
“놓고 간 물건이 있어서요. 챙기고 바로 나갈게요.”
송유진은 담담히 말하며 거실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연지아는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마치 이 집의 주인이라도 된 듯한 태도를 보였다.
“무슨 물건이요? 여기 언니 물건 같은 건 없는데요. 얼른 나가세요.”
연지아는 간신히 배도현의 마음을 풀어주고 그의 침대로 ‘입성’했지만, 그가 밤새 송유진의 이름을 부른 것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있었다. 분노를 억누른 채 밤을 보냈던 그녀는 송유진을 보는 순간 참아왔던 서러움과 질투를 터뜨렸다.
하지만 송유진은 그녀의 히스테리를 무시하고 냉정하게 말했다.
“물건만 챙기면 바로 나갈게요.”
그녀의 차분한 태도에 연지아는 더 이상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안 돼요! 지금 당장 나가요. 여긴 제 집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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