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장

두 사람 사이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한재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왜, 그리고 어떻게 담배를 끊을지 안 궁금해?” 송유진은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담배 끊는 데도 계획이 필요한 거예요?” 그는 가볍게 연기를 내뿜으며 여유롭게 대답했다. “당연하지. 담배 끊는 거 쉬운 일 아니거든.” 송유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능하면 피우지 않는 게 좋아요. 몸에 안 좋으니까요.”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내 건강을 걱정하는 거야?” 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그의 가벼운 물음에 송유진은 당황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며 긴장한 듯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걱정해...’ “죄송해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송유진의 사과에 한재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송유진, 언제 이렇게 고집스러워졌지? 그동안 무슨 일을 겪은 거야? 왜 이렇게 변한 거야?’ 그의 침묵이 부담스러웠던 송유진은 급히 말을 꺼냈다. “저 먼저 가볼게요.”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한재혁을 지나쳐 걸어가려 했다. 최근 두 사람은 자주 마주쳤지만 송유진은 그를 친구 이상으로 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자기도 모르게 선을 넘곤 했고, 그럴 때마다 두 사람 사이엔 어색한 기운만 남았다. 그러나 그녀가 자리를 뜨려던 순간 따뜻한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멈춰 세웠다. “같이 가. 데려다줄게.” 한재혁이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비벼 끄며 태연하게 말하자 송유진은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좀... 재혁 씨가 주인공인데, 자리를 비우면 어떡해요... 안 되잖아요.” 한재혁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여주인공도 없는데 내가 왜 있어야 해?” 농담처럼 던진 그의 말은 알 수 없는 뉘앙스를 풍겼고, 송유진은 이 분위기를 빨리 벗어나고 싶어 급히 말을 돌렸다. “손님들 챙기셔야죠. 저 때문에 그러실 필요 없어요.” 송유진이 말을 마치며 살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