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5장 외전 6: 여진수와 권소혜의 이야기 4
“의학적으로 임산부의 나이가 35세를 넘어가면 모두 노산으로 정의됩니다. 35세 이상부터는 임산부가 짊어지게 될 리스크가 증가하기 때문이죠.”
의사가 안경을 위로 밀어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예를 들어 염색체에 이상이 생긴다던가 임신 중에 당뇨나 고혈압 같은 문제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든가 하게 되죠. 물론 모든 고령의 임산부가 다 그런 건 아닙니다. 개인적인 체질 문제도 또 있으니까요.”
그 말에 여진수가 잔뜩 경계하며 물었다.
“아무 문제도 없을 확률은 얼마나 되는 거죠?”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즉 아이를 가질 수는 있지만 그만큼 권소혜의 몸에 부담이 간다는 뜻이었다.
병원에서 나온 후 여진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아이는 포기하자.”
그 말에 권소혜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다시는 임신할 수 없는 몸인 줄 알았는데 임신할 수 있다잖아. 우리한테는 좋은 소식 아니야?”
“뭐가 좋은 소식이야? 일면식도 없는 아이를 위해 네 몸을 희생하게 하라고? 장난해? 난 절대 동의 못 해!”
여진수는 아예 미간까지 찌푸리며 거절했다.
권소혜가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봐도 그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병원 앞에서 3분 정도 대치했을까, 권소혜는 이내 발걸음을 돌려 사무소로 돌아가 버렸다.
여진수는 그녀를 쫓아가지 않았다.
권소혜에게는 늘 져주던 그였지만 이번 일은 타협해줄 생각이 요만큼도 없어 보였다.
그는 권소혜가 이성적으로 설득하든 차가운 얼굴로 협박하든 절대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심지어 그는 부부관계를 가지지 않기 위해 매일 밤 벗기기 어려운 두꺼운 바지를 입고 잘 각오도 되어 있었다.
아이를 가지기 위해 권소혜는 어떻게 하든지 그를 유혹하려고 들 테니까.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권소혜는 그날 밤 일부러 손을 뻗어 그의 가슴팍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여진수는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마치 정조를 빼앗길 위기의 소년처럼 거리를 두고 말했다.
“거기까지! 더 이상 다가오지 마! 한 걸음 더 다가오면 그때는 손님방에서 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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