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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장 살날이 얼마 안 남았어

“...” 김지영은 오지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돌려 이서아를 바라보았다. 이서아의 얼굴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심으로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생각했으니까. “오지성 씨, 죽다 살아나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이서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 엄마가 청산 거리에서 쓰러져 목숨을 잃은 걸 임정우 씨 쪽 사람이 이미 확인했어. 우리 언니도 시신을 확인했고. 우리 엄마 유골은 봉천진에 묻혀 있고 엄마 영정 사진은 집에 버젓이 놓여 있어. 매주 엄마 보러 집으로 가는데 사실은 엄마가 살아있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심신미약이라고 주장해 형사책임을 피하고 싶은 건가?’ 오지성이 피식 웃었다. “그래.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지. 나도 한수호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지금도 궁금하니까. 어떻게 모두의 눈앞에서 죽여버리고 또다시 몰래 살려둘 수 있었는지. 우연한 기회에 너희 엄마와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나조차도 안 믿었을 거야. 3년 전에 죽지 않은 인간은 이서아 너뿐만이 아니었어.” 이서아는 그의 말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자꾸 목이 바싹 말라왔다. “... 우리 엄마를 만났어? 확실해?” “그래, 확실히 살아있어. 용산의 작은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있어. 너희 엄마 이웃은 뮤지컬에 미친 사람이야. 그래서 너희 엄마도 가끔 그 이웃집으로 가서 뮤지컬을 배우곤 했어. 그리고 설에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 있을 때 함께 무대에 올라 공연도 했지. 너희 엄마는 전보다 훨씬 더 편하고 즐겁게 살고 있어.” 오지성의 디테일한 묘사에 이서아는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얼마 전까지 너희 엄마는 내가 데리고 있었어. 한수호가 왜 날 구해줬는지 이제야 좀 알겠어?” 이서아는 오지성의 말에 흔들리기 시작한 자신이 믿어지지 않았다. 오지성은 간악한 사람이다.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사람이다. ‘하지만 만약 오지성의 말이 사실이면...? 정말 엄마가 살아있는 거라면?’ “증거는?” 이서아가 물었다. “증거는 무슨.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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