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6장 그저 다른 꿍꿍이가 있었을 뿐이다
이서아는 김지영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줄곧 임정우에게 보고해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임정우는 아마 지금쯤 노정민이 이서아를 찾아온 것도, 그날 이서아가 신영 별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즉 노정민이 그녀에게 무슨 얘기를 했는지, 그녀가 한수호와 무슨 짓을 했는지까지 다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요 며칠 연락이 없었던 건 아마 그녀에게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서아는 휴대폰 화면에 뜬 ‘크리스’라는 이름을 빤히 바라보았다.
임정우가 뭐라고 할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또 왠지 받고 싶지 않았다.
벨 소리가 10초 정도 이어질 때쯤 이서아가 손을 뻗어 수신 거부 버튼을 눌렀다.
의자에 기대 몸을 편히 쉬게 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정신은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었다.
몇 분 후 결국 그녀는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고 메시지를 보냈다.
[바빠요. 시간 나면 다시 연락할게요.]
[그래.]
문자는 무척이나 단조로웠다.
이시아는 셔츠 단추를 두 개 풀어헤쳤다.
그러자 답답하고 무거운 감정이 또다시 그녀를 감싸왔다.
답답한 마음에 냉장고 앞으로 가 시원한 생수를 들이켜도 봤지만 여전히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이시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어깨를 긁었다.
며칠 전에 남겨진 이빨 자국은 어느새 많이 옅어져 있었다.
이서아는 그걸 보더니 다시 책상 앞으로 와 휴대폰을 들고 한수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수호는 요 며칠 이서아보다 더 바삐 돌아쳤다.
사성 그룹 주가는 나날이 바닥을 찍고 있었고 그로 인해 스타 그룹에도 영향이 갔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여전히 회의실에 앉아 이사진들이 내리 4시간째 싸우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수호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며 마치 자신은 외부인인 양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정말 이대로 스타 그룹이 무너져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그때 이서아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그는 그걸 보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사진들은 이제는 곧 한 대 칠 것처럼 싸워댔다.
“응, 자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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