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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아무 일 없었어

회의실 문은 거의 한 시간 동안 잠겨 있었다. 일을 마친 후 이서아는 알코올 티슈로 회의실 테이블을 닦았다. 정리를 마친 이서아는 한수호를 돌아보았다. 한수호는 이미 평소처럼 단정하고 거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셔츠에 약간의 주름이 생겼는데 조금 전 먼저 참지 못한 사람이 그였다는 걸 증명했다. 이서아는 넥타이를 들고 다가가 그에게 매어주었다. 챙겨주는 것에 익숙해진 한수호는 턱을 약간 들어 올리며 목젖을 드러냈다. 이서아는 넥타이를 묶어주며 가볍게 말했다. “본사로 돌아가고 싶어요.” 한수호는 눈을 살짝 감았다가 이서아의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고 덤덤하게 말했다. “프로젝트가 끝나기 전까지만 본사로 돌아오지 말라고 했어. 이젠 프로젝트도 끝났으니까 돌아가고 싶다면 아무도 막지 않아.” 그렇게 한수호가 프로젝트를 마치고 용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서아도 함께 돌아갔다. 백인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수호에게 물었다. “대표님, 서아 언니 이젠 돌아가도 돼요?” 한수호가 서류를 보면서 머리를 끄덕이자 백인하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잘됐네요. 서아 언니가 출장 간 두 달 동안 제가 얼마나 보고 싶어 했다고요.” 이서아는 눈앞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렌지색 블러셔를 사용했고 아이라인은 너무 길게 그리지 않았다. 활기찬 메이크업은 그녀의 귀여움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 모습에 이서아가 칭찬했다. “메이크업이 잘됐네요.” 이 메이크업은 한수호가 딱 좋아하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백인하는 두 눈을 깜빡이며 히죽 웃었다. 비행기가 용산에 착륙했을 때 이미 밤이 되었다. 운전기사는 그들을 데리러 왔고 한수호가 한마디 했다. “먼저 인하를 데려다줘.” 운전기사는 곧바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았다. 이서아는 두 달 동안 떠났던 도시를 바라보며 잠깐 넋을 놓았다. 그런데 정신을 차렸을 때 차가 멈춘 곳이 백인하가 이전에 살던 그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곳은 도심에 있는 고급 주택지였는데 회사와 매우 가까웠다. 차에서 내린 백인하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대표님, 서아 언니,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일찍 쉬고 내일 회사에서 뵙겠습니다.” 한수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집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운전기사가 차에 시동을 건 후 이서아가 물었다. “인하 씨한테 여기 집을 사줬어요?” 한수호의 시선은 다시 서류로 향했다. 할 일이 하도 많아 서류만 보면서 무심하게 말했다. “내 명의로 된 다른 집이야. 인하가 원래 살던 그 오래된 아파트가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아서. 혹시라도 인하가 부담을 느낄까 봐 월세라고 했으니까 인하한테 들키지 않게 조심해.” 한수호는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피식 웃었다. “쟤 매달 나한테 월세 20만 원 줘.” 이서아가 말했다. “용산의 이 지역이라면 한 달에 100만 원 줘도 이런 집 못 구해요. 조금만 상식이 있다면 20만 원으로는 턱도 없다는 걸 알 텐데요.” 한수호가 머리를 들었다. “그래서?” 백인하는 자존심이 강하고 무슨 일이든 혼자 헤쳐나가는 콘셉트로 큰 물고기를 낚기 위해 부린 수작이었지만 한수호가 귀엽게 보는데 이서아가 무슨 얘기를 더 할 수 있겠는가? 이서아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역시 대표님은 자상하고 남을 잘 챙기시네요.” 스카이 별장에 도착한 후 이서아는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남자에게 끌려 침대에 누웠다. 회의실에서 욕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기에 오늘 밤은 이서아가 편히 쉬게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한수호의 기세가 어찌나 사나운지 두 달 동안 한 번도 욕구를 해소한 적이 없나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인하 씨랑... 아무 일 없었어요? 대표님 인하 씨한테 관심이 있잖아요.” 그러자 한수호가 대답했다. “걔는 아무것도 몰라.” “지금 20대 성인이 이런 걸 모른다는 게 말이 돼요?” ‘직접 한 적은 없더라도 알고는 있겠지.’ “가정 교육을 잘 받고 자라서 보수적이야. 혼전순결주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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