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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장 나 기억 안 나요?

잠시 후, 이서아가 대표 사무실을 나서고 묘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향해 다른 동료들이 몰려들었다. “서아 씨, 왜 그래? 대표님한테 혼난 거야?” “아니요.”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그게... 요즘이 졸업 시즌도 아니고 어디서 대학생 비서를 뽑나 싶어서요...” 이서아가 중얼거렸다. 워낙 취업난이니 대학생 신입을 뽑는 건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수호가 원하는 건 단순한 여대생이 아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여대생 같은 순수한 성격, 한수호에게 의지할 수 있는 연약한 여자를 원하는 데다 비서로서 직장 상사와 업무 관계 이상의 사이로 발전하는 걸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자여야 하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어쩌면 좋을까...’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있던 이서아는 발로 뛰는 게 더 낫겠다 싶어 바로 용산 대학교로 향했다. 캠퍼스를 쭉 돌아보던 이서아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녀의 나이 25세, 대학교를 졸업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그 시절이 아주 먼 옛날이야기 같은 착각이 들었다. 3년간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고 추억을 돌이킬 여유조차 없이 정신없이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 아래에서 발걸음을 멈춘 이서아는 고개를 들었다. 햇살이 나뭇잎들을 뚫고 그녀의 얼굴에 얼룩덜룩한 그림자를 남겼다. 눈을 감은 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에 집중하는 그녀를 향해 누군가 몰래 셔터를 눌렀다. ... “저기요! 조심하세요!” 바로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에 이서아는 눈을 번쩍 떴다. 고개를 돌려보니 농구공이 그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이에 당황하긴커녕 싱긋 웃던 이서아는 바닥에 떨어진 농구공을 축구공 차 듯 퍽 차 다시 넘겨주었다. 농구 경기 중이던 남학생들 중 한 명이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이서아의 미모에 흠칫하던 남학생은 더더욱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저기... 괜찮으시죠? 하마터면 농구공에 맞으실 뻔했네요. 죄송해요.” “괜찮아요. 결국 안 맞았잖아요.” “저희 학교 아니시죠. 학교 구경 오신 거예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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